술래잡이

by 김준완

​아무리 눈을 씻어도 술래는 당신을 가려낼 수 없습니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당신은 무(無)의 위협에 시달린 기색입니다
철새들의 거룩한 비명과
환청처럼 피고 지는 꽃들,
겨울로 꺾이는 골목마다 미로를 세우는 기척들뿐입니다


​그들은 언제부터 그 자리를 지켰을까요
당신은 이토록 까마득하기만 한데 말입니다
존재 뒤에 은신한 당신을 끝내 읽지 못해
어떤 날은 허망이, 어떤 날은 지독한 허기가 몸을 훑고 갑니다


​소멸의 먼 끝자락, 고양이의 발이 희미합니다
활로 현을 켜듯 고양이는 두 발로 땅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당신을 호출하는 비문(碑文) 같습니다


​누구도 받아 적지 못한 시린 겨울 사투리,
고양이는 그 짧고 가느다란 소리에 몸을 묻습니다
생의 옹이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직감한 당신은
누구도 모를 침묵 속에 투숙 중이겠지요


​삶은 늘 안타까울 뿐입니다
당신이 설 자리조차 허락지 않을 만큼,
그저 부디 그곳에서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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