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길

by 김준완

〈 없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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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바다에 눈이 내립니다

시든 꽃줄기 같은 소녀의 앙상한 팔다리

마른 뼈 위에 거친 가죽만 남아 있습니다


야윈 얼굴에는 눈망울만 커

차가운 그늘이 반을 차지합니다

그 눈망울 속에는 고독한 짐승이 갇혀

오래 울지도 못하고 웅크려 있습니다


목젖 어딘가에 막힌 고통은

끝내 소리가 되지 못한 채 식어갑니다


몹쓸 바다는

흔들리는 소녀를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다


소녀는

아픈 신발을 신고

긴 호흡을 내쉬고

없는 길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