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불리한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가지가 스스로 불리해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의 나뭇가지는 시린 바람 속에 꽂힌 채 움직이지 못한다
껍질은 수분을 잃은 피부처럼 갈라지고 그 틈마다 찬빛이 스며든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칼날 같은 나무의 숨소리에 껍질이 미세하게 금이 간다
허공 너머 하늘 끝의 신에게 겨우 허락된 앙상한 가지는
닿을 수 없는 계절을 몸으로 버티며 시린 바람 앞에 홀로 선다
오직 나뭇가지가 될 때에야 자연이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내가 나뭇가지 일 때에만 비로소 삶이 되며 그때서야 나는 시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