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쓸모없는 짓이라 여겼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
가당치 않은 무게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당신을 방생(放生)하려 애쓰던 날들
나의 사유는 당신보다 높은 곳에만 고여
마른 입술로 자비를 읊조리곤 했다
오만한 시혜(施惠)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낮게 깔린 정적(靜寂) 사이로
생각이라는 것이 차오르던 날
비로소 나는 멈춰 서게 되었다
당신을 향해 뻗었던 손이 사실은
내 안의 결핍을 가리려던 필사적인 몸짓이었음을
당신의 죄를 씻겨주려던 나의 오만이 사실은
당신의 발치에서 구걸하던 빈손이었음을
그제야 겨우 알게 되었다
정작 용서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날
빛은 비로소 안을 향해 꺾이고
나는 생의 처음으로 나를 아프게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