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일광욕을 위한 몇 가지 조건(1)

햇빛 쬐기 적당한 장소 : 한국의 띌르리 정원을 찾아서

by 원지
일광욕: 치료나 건강을 위하여 온몸을 드러내고 햇빛을 쬠. 또는 그런 일.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파리 뛸르리 정원에 있는 초록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경험한 이후부터 갖게 되었다.


내 첫 일광욕은 치료를 위한 일광욕이었다. 약 50일 동안 혼자 유럽을 여행 중이었던 2017년, 오랜 여행에 지친 내 몸은 나에게 구내염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만 돌아다니고 좀 쉬라고. 왼쪽 볼살 안쪽에 크게 난 구내염은 내 얼굴을 퉁퉁 붓게 만들었다. 게다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에 고통을 느끼게 해 주었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숙소에 하루 종일 머물며 쉬고 싶었지만, 당시 사용하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라서 청소를 위해 일정 시간은 자리를 비워주어야 했다. 결국 나는 억지로 숙소 밖으로 나왔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의자가 많아 쉴 공간이 충분해 보이는 '띌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 가게 되었다.


JARDIN DES TUILERIES + THE EIFFEL TOWER | Design Darling.jpg @pinterest / Jardin des Tuileries

띌르리 정원 이곳저곳에 놓인 초록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눕다 싶은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행동은 음악 듣기. 지금은 어색한 유선 이어폰을 휴대폰에 연결해 귀에 꽂았다. 마침 챙겨 다녔던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을 바라본 채 누운 건지, 앉은 건지 애매한 자세로 초록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 시작했다.


9월의 파리의 햇빛은 너무 뜨겁지 않아 적당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지도 않고, 책을 읽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의자에 앉아 햇빛을 온몸으로 가득 쬐고 있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가만히 햇빛을 쬐고 있으니 욱신거렸던 왼쪽 볼의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거 같았다. 피곤하고 무겁게 축 쳐지고 있던 나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거 같았다. 몸의 컨디션이 괜찮아지니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고 있었다.




무려 파리에서 첫 일광욕을 제대로 즐긴(?) 나는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광욕을 즐기고자 했다. 하지만 파리에서 우연히 경험한 완벽한 일광욕을 재현하기에 좋은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공원]

잘 가꿔진 정원 혹은 공원에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충분한 공간을 집 근처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집 근처 공원은 햇빛을 쬐기보다는 햇빛을 피하기에 적합하도록 나무가 울창했고 몇 안 되는 의자는 어르신들의 바둑 or 장기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카페]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를 가자니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내 귀로 흘러 들어오거나 음악이 너무 시끄럽거나 혹은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손님이 선점하고 있었다.


[한강]

그나마 적당한 장소는 한강이었다. 하지만 한강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1시간을 소요해야 했기 때문에 효율성의 측면에서 망설여졌다.


[대학교]

그러다 최근 찾은 공간이 있다. 바로 대학교. 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공간은 모두 잘 가꿔져 있었고 학생들이 쉴 수 있도록 여러 공간을 잘 구성해놓고 있었다. 평일에는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주말에는 한적한 대학교는 일광욕을 하기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학교 이곳저곳에 마련되어 있는 테라스나 의자 혹은 테이블과 함께 있는 벤치에서 즐기는 일광욕은 파리의 띌르리 정원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었다.




IMG_5337.HEIC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는 파라솔과 함께 있는 테이블과 벤치 그리고 괜찮은 뷰

정리하자면, 대학교는 충분한 휴식 공간이 있는 곳(의자 간 간격이 여유 있는), 너무 시끄럽지 않은 곳, 주변 환경이 잘 가꾸어져 있는 곳이기에 '일광욕'을 즐기기에 적합한 공간이었다.


자 이제 일광욕을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으니 다음 조건을 갖춰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