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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see Sep 01. 2017

<감히 어딜?!>_
2화. 괜찮아, 외국인이야_(1)

영국 워킹홀리데이 일상 로그 _ 유튜브 에세이 영상



2화. 괜찮아, 외국인이야_(1)

/ 도착, 교통, 숙소




  사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이렇게나 작은데...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에게 우물의 벽은 한없이 거대하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 개구리는 뒷다리 힘을 한껏 끌어 모아 가장 높이 점프했다. 

착륙지가 부디 우물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한동안 뜬 구름 잡는 상상 속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Do you mind closing the window? (창문 좀 닫아 줄래요?)

-아! Sorry...



-개굴.





  어젯밤 캐리어가 없어서 못 씻은 것도, 

옆방에서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던 것도, 

여관 같은 호텔에서 불을 켠 채 잠을 잔 것도 다 괜찮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조식은 하나도 안 괜찮았다. 

모닝콜보다 강력하다는 조식 서비스 시간에 맞춰 내려간 나는, 다시 한번 이곳이 무료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채소를 볶은 음식들 가운데 단백질거리는 딱히 없어 보였고, 그나마 있는 빵들마저 꺼낸 지 꽤 됐는지 겉면이 말라있었다. 차라리 밖에서 사 먹을 생각으로, 딱 한 접시만 맛보기로 집어 온 것이 오늘 아침 끼니의 전부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 호텔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예정 시간보다 훨씬 일찍 로비에 나와 공항 셔틀 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공항으로 향하는 작은 승합차 안에는 중국인 부부와 나, 이렇게 셋뿐이었다. 기사 아저씨와 부부는 카메라를 두세 개씩 두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중국인이 아님을 지레짐작하는 듯했다. 자꾸만 룸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나를 흘끗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그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이해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 차 안에서도 뭔가 건지겠다고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셀프 동영상을 찍고 있었으니까. 충분히 쳐다볼 만했다.

출처: 'Youtube _마음See 채널_<감히 어딜?!> 2화'의 한 장면


  내 인생에 가장 배고픈 순간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내가 4살 때 반찬 투정을 하며 밥을 잘 먹지 않자, 엄마는 특단의 조치로 하루 종일 나를 굶기셨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 무렵에서야, 굶주린 나는 빨래를 널고 있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배고픔을 호소했다. 나는 그때 엄마가 차려준 된장국 한 사발에 밥 한 공기를 몽땅 말아 거의 후루룩 마시다시피 했다. 내 인생 가장 맛있는 된장국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내 나이 28살. 나는 내 인생 가장 맛있는 햄버거를 만났다. 베이징 공항의 출국 심사는 정말 기나 긴 시간이 소요됐고, 마치 나는 학창 시절 급식실 레이스를 달리듯,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면세점 식당가로 달려갔다. 탑승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면세점의 식당들은 왜 이리도 고급진 건지, 도무지 내 지갑 사정으로는 먹을 수 없는 곳들이 태반이었다. 그나마 들어간 국숫집에서는 음식이 나오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그마저도 패스. 그렇게 내 배꼽시계의 알람조차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갈 때쯤, 내 눈에 들어온 그 햄버거 가게의 간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먹은 햄버거 세트가 내 인생 버거가 될 줄이야. 역시 배고파봐야 인생의 참맛(?)을 깨닫는 법이다.  

출처: 'Youtube _마음See 채널_<감히 어딜?!> 2화'의 한 장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탈 때는 절반이 한국인 승객이었는데,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니 나 빼고 거의 외국인인 듯했다. 나와 함께 14시간의 비행을 함께 할 옆자리 승객 역시 외국인이었다. 신경 안 쓰는 척했지만, 왠지 모르게 말 걸어보고 싶고, 신경 쓰이는 건 나만 그런 걸까? 결국 수줍은 척하며 먼저 말을 건넨 건 내 쪽이었다.

  “Hello, Where are you from? (안녕하세요,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Hi, from England. (안녕하세요, 영국인이에요.)”

런던 행 비행기니까 영국인이 타는 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건만, 나는 그 말에 더 놀라며 나도 지금 영국 가는 중이라고 신이 나서 통성명을 했다. 어쩌면 우린 영국에서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쬐끔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로즈’라는 이름의 그녀는 나에게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현지인의 입장에서 하나씩 적어주었다. 그녀의 멋스러운 필기체에 보답할 겸 나도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이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래서 나도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출처: 'Youtube _마음See 채널_<감히 어딜?!> 2화'의 한 장면

  베테랑 탑승자들은 이동이 편한 기내 복도 쪽 자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건, 몇 시간이고 비행기 창 밖에 코를 박고 있는 내가 촌스러운 이유. 하기야,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드넓은 시베리아를 발아래로 내려다보겠으며, 고차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어? 사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이렇게나 작은데...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에게 우물의 벽은 너무도 거대하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 개구리는 뒷다리 힘을 한껏 끌어 모아 가장 높이 점프했다. 착륙지가 부디 우물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한동안 뜬 구름 잡는 상상 속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Do you mind closing the window? (창문 좀 닫아줄래요?)”

  “아! Sorry...”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빼고, 모두 창문을 내리고 취침 중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창문을 반쯤 열어 두고 구경하는 나 때문에 로즈는 자외선에 노출되어 있었다. 

자, 눈부신 상상은 이제 그만. 


–개굴.

 


( Youtube 에서 '예능 다큐 <감히 어딜?!>'을 보실 수 있어요 ☞ https://youtu.be/H54T8hffT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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