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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24. 2021

육아와혼술의상관관계

맨정신으로버티기힘들던시절

아이가 신생아시절, 밤 낮이 뒤바뀌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영아산통이라는 것을 앓아서 대부분의 신생아들이 이유없이 운다는 것 쯤은 삐뽀삐뽀119를 보고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 마음의 준비도 어느정도 했었다.  생후 한달쯤 지날 부렵부터였던 것 같다.

저녁 통잠을 위해 8시쯤 개운하게 목욕을 시키고 8시 반쯤 거하게 분유 식사를 하게 한 다음 트림을 시키고 잠들게 할 준비를 했었다. 이마저도 초보엄마에게는 기운이 쫙 빠질 만큼 온 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힘든 시간이었다. 혹여나 목욕을 시키다가 아이를 떨어뜨린다거나 하면 큰 일인데 하는 생각이 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는 깊게 잠들지 못하고 30분에 한번씩 엥~~~~~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는 알 수없었는데 그렇게 한번 시작하면 잘 그치지 않았고 한시간쯤 어르고 달래다 보면 살포시 또

한 30분 잠드는 척 했었다.

그렇게 얼레벌레 새벽시간이 지나가면 눈이 초롱초롱 해지면서 눈을 맞추며 놀자는 듯 했다. 그때 시계를 보면 새벽 3시쯤 지나가는 듯 한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육아를 도와주시던 엄마도 같이 비몽사몽이 되어갔다.  중간에 한번 또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한다. 젖병이 비어질 쯤 살포시 또 잠이 드는 듯 하다가 별안간 출근이라도 해야하는 직장인마냥 눈을 번쩍 떠버린다. 그렇게 잠과 멀리하고 버티고난 시간은 오전 8시.

그때부터 일을 하고 밤 늦게 퇴근한 사람처럼 잠이 든 아기는 오후 4시무렵까지 통잠을 자고 기상을 한다.


아무리 육아서적을 뒤지고 소아과 상담을 해도 이 잠자는 시간 패턴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었다.

제왕절개를 하고 모유수유를 오래 하지 못하고 끊었는데 아이가 백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13개월 가까이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원샷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천국을 맛본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달 넘게 아이는 아침 7-8시에 잠이 들어 오후 3-4시 사이 기상을 했다. 그 사이에는 울지않고 코까지 곯면서 통잠을 잤다. 덩달아 나도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기가 자는 시간에 다행히 밀린 빨래와 젖병소독 등 집안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백일이 지나면 달라진다는 백일의 기적 같은건 없었다. 그 대신 백일의 공포가 찾아왔다.

백일지나고 생후 4개월에서 5개월이 넘어갈 무렵 서울 동생네로 바람을 쏘이러 갔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4월 19일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동생네서 시간을 보내던 중 오후 3시쯤 분유를 먹고 잠든 아이가 저녁까지 통잠을 자길래 이건 또 무슨일인가 싶었다. 동생은 저녁 8시쯤 되자 배고플것 같은데 살짝 깨워서 분유를 먹여야하지 않냐고 했다. 근데 아무리 깨워도 아이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않고 너무 평온하게 새근새근 자는 것이다.

배고프면 일어나서 울겠지 싶어 좀 더 놔뒀는데 문제는 여기서 생겼던 것 같다.

아이를 살살 깨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경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안고 그 밤중에 뛰기 시작했다. 정말 초보 엄마로써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려면 언덕을 한참 내려와야 해서 정신이없었다. 다행히 택시를 타고 10분 안쪽 거리에 큰 병원이 있어서 응급실로 들어갔었다.


응급실에서 소아과 담당 의사만난 나는, 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서 있지도 못하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가 새벽 1시. 의사는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오니 경기가 멈췄고 나는 살던 지역으로 가야겠다고 했는데 그 사이 아이는 또 경기를 하고 있었다.

새벽 1시 30분 병실로 올라갔고, 아이는 통통한 팔에 주사를 꽂고 약을 맞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주치의를 만나고나서야 그간 3개월 이상 아이의 잠 패턴 문제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의 뇌파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라고.

보통 이 시기에는 경기를 하는 아이들이 열로 인해 많다고 했는데, 1년을 넘게 약을 먹고 병원을 오가면서도 이유없이 했던 경기의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때는 아이가 혹여나 성장발달이 조금 느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이는 현재 지극히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한번씩 이순간을 생각하며 힘든 육아의 시절도 버텨냈지만, 여기에 더해 아이를 재우고 나서 그때부터 갖는 혼자만의 시간에 마시던 혼술은 영혼까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잘 자라고 있어줘서 다행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혼자만의 시간에 혼자만의 힘든 시간을 위로하는 방법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조금 더 자란 후 지금보다 더 든든히 의지가 되는 순간에

지금의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래서 결론은 어쨌든, 혼술이 주는 의미는 정말 컸다는 것.

육아가 됐든, 무엇이 됐든 그 시간이 꼭 외롭지만은 않았다는 것. 그거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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