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새벽 5시, 출근을 하는데 매주 한번씩 우리빌라 청소를 하는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눈보라치는 한겨울에도 화요일 새벽 5시부터 분리수거 및 계단청소를 하는데, 이른 새벽이라 오가며 인사만했지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일이 없다. 근데오늘은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언제 이사를 하세요?'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가 딸이 둘이 있는데 이번 8월에 시집을 가요! 그 아이들 키우느라 정말 죽을 고생을 했어요!'
그러면서 마스크를 벗는데, 눈가에 주름이 진 모습을 보니 내 나이쯤 돼 보였다.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출근을 하면서도 그의 말과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으면서, 몇년전 인상깊게 본 영화 '국제시장'이 떠올랐다.
영화의 주인공 덕수는 한국전쟁의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소년 가장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의 삶은 단순히 개인의 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길이었다.
영화의 끝부분
가족들이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늙은 덕수는 혼자 다른 방으로가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말을 한다.
'아버지! 저 이만하면 잘살았지요?'
흥남부두서 아버지의 손을 놓으면서 아버지가 덕수에게
'이제 늬가 가장이니, 식구들을 잘 이끌어야한다!'
어린 덕수는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고 식구들을 이끌었다.
난 힘들거나 할때, 국제시장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곤한다. 아버지는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해서는 안된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약해지더라도 그래서 외진 골방에서 눈물을 흘리더라도, 식구들 앞에서는 의연한척 해야 한다. 길을 가다가 고꾸라져 피가 철철흘러도 자식들 앞에서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듯이 태연한척 해야하는게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다.
오늘 아침, 내가 본 아버지도 그렇다. 모진 추위속에서 힘든일을 하면서도 자식을 먹여살리는 아버지!
난 결코 그런 아버지는 될 수 없지만, 그의 흉내만이라도 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