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결혼한 아들 우복이 내외가 우리집에 올때면 아내와 나는 살짝 긴장을 한다.
짠돌이 우복이가 다녀간 뒤에는 집에 있던 소중한 물건이 사라지고, 냉장고가 순식간에 동나기 때문이다. 짠돌이는 지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져가는데, 심지어 청소기를 비롯해서 내가 몰래 감추어 놓은 아이스림까지도 들고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느리 채문이는 우복이처럼 그러지는않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책상다리 빼고는 다 먹는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온다고하면 반가운건 둘째치고, 아내와 나는 아끼는 물건을 숨겨놓기 바쁘다. 얼마전에도 지인이 선물한 귀한 홍삼을 안보이는 곳에 감추어 놓았는데, 우복이는 그걸 귀신같이 찾아서 가지고 갔다.
반면에 착한 사위, 현우는 우리집에 올때마다 한보따리를 들고온다. 안사돈이 우리딸 먹으라고 채소며 과일을 보내면 그걸 사위가 다들고 온다.
그럴때마다 안사돈이 알까 걱정이 되면서도 사위가 고맙다. 그렇게 들어온 과일까지도 짠돌이 눈에 띄면 얄짜리 없이 사라진다.
그와중에 며느리가 임신을해서 배가, 백두산만하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먹성은 더 좋아져 이제는 책상다리조차도 먹을 기센데, 고기를 주면 한자리에서 몇근을 먹는다.
그 며느리가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당차게도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선언하더니,
하루는 창경궁, 또 하루는 청라공원을 다니면서 짠돌이와 같이 찍은 동영상을 보내오는데, 그 많은 떡볶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접시가 쌓이는데, 저렇게 먹어도 될까 싶다.
그러면서 아기를 쉽게 낳으려면 운동을 해야한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아내는 너무 그러면 안된다고 성화다.
그 씩씩한 며느리가 어제 아침, 아기를 낳기위해 병원엘 갔다. 그런데 일주일전에 3.1킬로였다는 아기가 3.8킬로 몸무게가 늘었다. 아기의 머리는 그다지 크지않은데, 배가 뽈록해서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절 용을 쓰다가 저녁무렵이 되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씩씩한 며느리가 어찌나 먹어댔는지,
아기 사진을 보니 정말 배가 뽈록한데, 며느리 채문이를 쏙 빼닮았다. 아내가 말하기를 채문이가 채문이를 낳았다고 한다.
산모도 아기도 건강하니, 기쁘고 감사한 일이나,
아기가 모유를 끊고 음식을 먹게될 때,
먹성좋은 며느리를 닮은 손녀딸이 아장아장 걸을 때가 되어, 세 식구가 몰려오는 날,
내 인생도 아내의 인생도 볼것없이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