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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g Oct 05. 2015

평범한 부부의 지구 반바퀴 여행일기

#작지만 큰 용기!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여행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3년차 부부이다.

일상을 탈출하여 반 년간 지구 반바퀴 여행길에 오른 평범한 부부!


지금으로부터 약 세 달 전쯤,

생일 전날인 7월 초의 어느날, 자주 즐겨가던 동네 횟집에서 소주 한 잔을 앞에두고 남편이 슬며시 얘기를 꺼냈다.


"여보, 우리 회사 그만두고 제대로 여행 한 번 가볼까? 세계일주까지는 못해도 맘놓고 좀 오래.. 그렇게?"

"에이~ 장난치지마! 내생일이라고 괜히 그러는거지? 내일되면 말 바꾸려고~ 오빠도 가고 싶은 마음은 나도 알아~"


평소 세계일주가 소원이라며 버킷리스트 1위 였다고 종종 남편에게 말해둔 탓에 그냥 하는 소리인줄로만 알았다.


"진짜야 장난 아니라니까! 일에 좀 지치기도 했고, 지금 아니면 우리 인생에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아기 낳고 뭐하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도 힘들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 오빠 진짜 진심이야?"


남편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 재차 확인해도 굳은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진짜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세계여행.

꿈으로만 꿀때는 한 없이 즐겁기만한 상상이지만

현실로 맞닥뜨리자 고민해야 할 것 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가진돈 탈탈 탈어서 진짜 여행에 올인해도 괜찮을까?

여행도 별로 안해봤고.. 영어도 짧은데...
긴 시간동안 배낭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다녀오면 우리는 뭐 먹고 살아?
우리를 다시 받아줄 곳이 있을까?

이 여행 때문에 남들보다 삶이 뒤쳐지지는 않을까?



여행을 가서도 문제였지만 사실 다녀와서가 더 걱정이었다.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였기에 그간 모아둔 돈은 얼마 되지 않았고,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제로부터 경제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내노라하는 대기업을 다닌 것도 아니고 생명력 짧은 온라인 광고판의 중소기업에 둘다 근무했기에 돌아 온다고 딱히 돌아갈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둘다 글쓰는 재주나 사진찍는 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전문 블로거나 여행 작가를 꿈꾸는 것도 무리가 있었고 여행 후, 다른 길을 찾는 것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뭐 굶어 죽기야 하겠냐는 무모한 마음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다소 낙관적인 생각으로...


어쩌면 반 년이라는 시간은 전체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짧은 순간일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을거다.


우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 시기였고, 남들과 똑같이 2세를 낳고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하는 정해진 트랙을 한창 달려야 하는 시기였으니까...


반 년 정도 시간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하고 오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을때 대다수는 부럽다고 했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일부는 장난스레 미쳤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을 때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사실 두려움을 뛰어 넘을 용기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도 됐다. 베트남행 저가 항공의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사는 순간 꿈만 꾸던 여행이 현실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작은 행동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여정은 베트남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본 항공사 프로모션 광고를 보고 덜컥 표부터 샀다^^


물론 우리의 용기는 예산이 허락하고, 다시 돌아 왔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너무 무리가 없는 6개월이라는 시간으로 절충되었다. 가장 여행하고 싶었던 곳중 하나인 남미 대륙.. 쿠바와 아르헨티나 우유니 소금사막은 훗날로 미뤄두고 아시아와 북유럽/동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둘러 보기로 대략적인 일정을 짰다.


7월 중순쯤 표를 예매했으니 9월 2일 출국까지 약 한 달 반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둘 다 회사가 몹시 바빠 남들은 수 개월동안 차근차근 준비하고 짜는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막연하게 출발을 했다.


준비없이 나온만큼 어리버리하기도 하고 하루하루 다음날의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정말 즐겁고 감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여행 초반엔 어렵게 떠나온 여행인 만큼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것 같기도 하다. 남들처럼 거창한 프로젝트도 하고 싶고 차별화 되는 여행 컨셉을 잡아야하나 심히 고민하기도 했다.


다른이들이 좋았다는 곳! 맛있었다는 곳! 재미있고 의미있었다는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다 가보고 해야 할 것 같아 남편을 괴롭히기도 했다. 쉽게 나오기 어렸웠던 만큼 나도 모르게 계속 의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곳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와서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왔을까?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여행을 처음 오자고 얘기했을땐 사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기회가 허락할 때 긴 시간동안 여러나라를 둘러보는 것!

지쳤던 한국에서의 일상을 잠시 놓아두고 우리를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

바쁘게 들렸다 금방 돌아가야 하는 관광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더 둘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아름다운 세계의 여러곳을 둘러 보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생 간직 할 수 있는 멋진 추억을 만드는 것!


5년전 어느날, 내가 세계일주를 그리며 적어두었던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한 메모를 에버노트에서 찾았다.


이때도 내가 그리던 여행의 이유는 비슷하다.


다시 호주에 가고 싶어졌고, 세계일주가 하고 싶어졌다.
타인이 아닌, 미디어나 매스컴이 아닌 내 두 눈으로 보는 세계.
현실의 장벽이 있고, 괴리가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할 수도 있는 일!
흘려보내는 일상이 아니라 본질적인 무언가를 찾고 느끼고 싶다.
인생은 무엇인가? 삶은? 사람은?
나와 똑같은 시간 안에서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저들은..
타인들은 각기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이방인이 되어서 지극히 일상을 떠난 사람의 시각에서
다른 사람들. 지구 곳곳 이국의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그들의 순간을 포착해보고 싶다.
내가 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다.


톤레샵 호수에서 봤던 일몰! 바다가 아닌 호수의 광활함 그리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며 감탄했었지.. 순간순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거다!


생각보다 하루는 너무 짧고,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흐르고 있다.


욕심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나를 비우고 마음으로 이 길 위의 모든 것들을 담아야겠다.  

그 기억들을 이곳에다가 일기로 남기기로 한다. 먼훗날 우리의 추억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이 여행을 모두 마친후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우리는 어떤 부부로 성장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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