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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프리카 Jun 02. 2021

퍼펙트 블루

  퍼펙트 블루는 1997년에 개봉한 곤 사토시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품은 주인공 미마가 아이돌 그룹 참(Cham)을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아이돌 가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위 높은 촬영과 드라마 일정을 소화하며 미마는 스스로 자책하고 점점 혼란에 빠진다. 또한, '미마의 방'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사칭한 누군가가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미마는 매일 '미마의 방'을 보면서 현실과 인터넷 속 세상을 혼돈하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서 미마는 언제나 순수함을 강요받는 존재이다. 참의 팬들에게는 무대에서 빛나고 아름다운 가수였고 드라마와 화보 촬영장에서는 가수 미마가 갖고 있었던 순수한 모습을 무너뜨림으로써 자책하도록 만들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미마의 앞에 나타난 아이돌 가수의 모습을 한 또 다른 미마는 그녀가 더러워졌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그녀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하고 싶어서 상경했던 미마는 앨범을 팔기 위해 아이돌 가수가 되어 밝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고 가수가 돈벌이가 되지 않자 배우의 길을 걸어야 했다. 내면 깊숙한 곳에는 꾸며지지 않은 진짜 모습이 있었을 텐데 자의가 아닌 억지로 숨기는 삶을 살아야 했을 미마가 무척 안타까웠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현실에도 많은 미마가 살고 있을 것이다. 미마처럼 '연예인'이라는 특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강요되는 모습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을 때 작품 속 미마처럼 자책하고 차츰 무너진다. 이런 의미에서 작품 포스터에 있는 "나는 피해자이자, 목격자이며, 범인이다."라는 문구의 의미는 강요에 의해 고통받으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작중 미마의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할 뿐만 아니라 화면을 넘어서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를 떠올려보면 각각의 상황에 있는 나의 모습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뭐라고 딱 집어 표현할 수는 없다. 또한, 이는 어느 쪽이든 내가 가진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이다. 어쩌면 인간은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평생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모습에 대한 의문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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