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자살 가게 속 삶과 죽음
튀바슈 부부의 가게는 조금 특별한 물건을 팔고 있다. 자살을 돕는 도구들이 가게에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칙칙한 파리의 거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공공장소에서 자살이 금지되고 벌금까지 물게 되자 사람들은 더욱 은밀하고 성공적인 방법을 찾았고 부부의 가게는 성황을 누렸다. 그러나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누구도 웃음기가 없는 무뚝뚝한 얼굴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그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부부의 막내아들 알랑은 한눈에 봐도 주인공임을 알 수 있는 캐릭터다. 그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가족들 사이에서 언제나 생글생글 웃음을 짓고 있었으며 그의 웃음은 자살 도구를 사기 위해 가게에 온 손님의 자살 의지를 꺾어버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장사를 통해 살아가는 처지였기 때문에 부부는 알랑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특히 아버지 미시마는 아들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이를 정도였다.
활짝 웃을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알랑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알랑은 어둡고 우울로 가득한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나도 비극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하고 낙천적인 알랑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일수도 있겠다. 주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고 웃음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서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알랑을 보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표현이 꼭 알맞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목숨이 붙어있으면 모든 일에 시작이 존재한다. 행복을 찾는 것은 늘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졌는데 이 모든 것들도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인생은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있으니 그 자체를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아이가 한 가족들을 변화시켰다.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가족들은 거리를 바꾸기 시작했다. 회색으로 가득했던 거리에 색이 칠해졌다. 노란색, 파란색... 밝은 색감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으로 가득해 보였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내 의지는 아니지만, 한번 사는 인생 조금 더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