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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Sep 03. 2020

내가 너를 차단하는 이유

차단에 관하여





당신의 신체를 조립식처럼 분리하고 다시 장착할  있다면, 어느 부분을 분리하고 싶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있다. 그리고  밑에 달린 댓글에는 시력이  좋은 눈을 깨끗하게 씻어서 다시 끼우고 싶다 거나, 위나  같은 장기들을 꺼내어 깨끗하게 씻어서 햇볕에 말린  다시 집어 넣고 싶다는 그러한 대답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뜨거운 물에 숟가락이나 젓가락  집기류들을 넣어 소독하여 쓰고, 밥을  먹은  나온 설거지 거리들에 거품을 묻혀 깨끗이 씻고 말려서 다시 쓰는 것처럼 우리의 몸의 일부도 그렇게   있다면 속이 편할 것만 같기도 하다.

나는 예전에 학교에서 지루한 수업을 듣거나 하면  하는 상상이 있었다. 당시엔 조금 잔인한 상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의 뇌를 꺼내어 씻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얼룩지거나 눌어붙은  같이 시꺼멓게  원치 않는 기억들을 손가락으로 마구마구 문질러 지워버리고, 그곳에 꽃향기나 과일 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려 기분 좋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 상상을 하게  이유는, 내가 어떤 상황이 기억으로 각인이 되면  잊혀지지 않고 마치 머릿속  구석에 문신으로 새겨놓기라도  것처럼 살아가는 내내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날과 비슷한 온도나 습도, 혹은 내게 영향을  어떤 사람과 닮은 누군가와 마주하거나 한다면 어김 없이 나는  날로 소환된다. 아주 생생하게. 그래서 해가 가면 갈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게 상처주려고 하는 것들을 미리 차단하고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도전을 해야 길이 열리고, 어떤 것에 자꾸 맞서보아야 경험치가 쌓이는  또한 알고 있지만  전까지 나는  몸을 떨며 고민한다. 이것으로 인해 상처를 입으면  아물지 않고  다시 기억 속에 새겨질 것을 뻔히 알고 있으니까.

아마, 나의 상상처럼  뇌를 꺼내어 본다면 상처 투성이일 것만 같다. 여기 저기 새겨진 지우고 싶은 기억들에 할퀴어진 자국들이 널브러져 있을  같고, 좋았던 기억들은 소중하다고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고선  상처들에 파묻혀 오히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오류들이 반복되고 있을 테다.  이상하다,  머리는. 좋은 기억들도 분명히 있는데,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은 전부 어디로 잃어버리고서 자극적이고 쓰라린 기억들만 끌어안고 산다. 어쩌면 내가 점점 나를 아프게   같은 사람들과  마주하지 않고 말을 섞지 않으려는 버릇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같다. 뇌를 꺼내어 씻을  없으니,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이미  들어찬 용량 없는 하드디스크 같은 마음에  이상 상처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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