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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Dec 30. 2015

내게 남은 에너지를 쓸 기회를 찾아서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던 토크 나눔

자아실현을 찾는다고 현실을 뒤로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생각할 여유를 찾는 일이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쯤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앞 날이 창창한 20대도 사회에 나올 준비를 어느 정도 해도 꿈꾸는 직장문이 무척이나 좁다. 안정적인 생계조차 꿈꿀 수 없는, 조금 넉넉하게 말해서 꿈꾸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어서 자아실현을 말하기가 좀 그렇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어렵게 회사에 들어가서 간신히 버텨낸 직장을 포기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놓아버린 삶에 적응하는 속도는 무지하게 빠르다.


 자유를 찾아 가정을 찾아 떠난 뒤에 이어서 돌아오는 건 내 존재의 의미 찾기 블랙홀. 끝이 잘 안 보인다. 내가 뭘 잘하는지 제대로 경험하거나 알아볼 시간도 없이 찬란한 10대를  책상 앞에서 마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자부심으로 여긴 추억까지 다르게 채색되기도 한다.


생각없는 바보가 된 것처럼, 너무 잘못 산 것은 아닌가  내 속의 나를 다양한 모습을 꺼내지도 못한 것에 자책하기도 한다.


결혼후 아이의 탄생으로 세 명 이상의 가족을 이루고 수행하는 새 임무를 통해 이 전과 전혀 다른 삶을 치열하게 살다보면 또 다시 한번 내가 바라던 꿈이 멀어져 가는 듯 하여 좌절이 온다.


젊은 시절의 무모한 용기는 사라지고 한 없이 무능해져버린 느낌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도 재화를 요구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눈은 높지만 도전하기 앞서 겁부터 나는 고학력자로 전락하는 것 같다.


시간은 어찌 그리 빨리 가는지 어디에 정기적으로 출근하기는 어려우면서도 포기하고 안 가면 소외감과 패배감이 밀려오고, 뭔가를 하자니 애를 돌봐줄 적임자도 안 보여서 안심이 안된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단기간 폭풍 성장하는 것이 경이롭지만 그에 비해 엄마인 나는 한 없이 초라해 보이고, 나를 열렬히 찾고 나에게 와서 종일 재잘거리는 아이 외에는 더 이상 날 오라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일을 하든 안 하든 신나게 몰입해서 성과도 내 보고 열심을 다해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보육자라면 때때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주로 육아를 온전히 책임지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경단녀)이 갈 곳은 대형 마트 뿐이라는, 실제 사례까지 곁 들인 조언을 상당히 많이 들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요리 등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턱이 조금 높아서 쉽게 꿈꾸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IT분야다. 육아에 전념했던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대학 커리큘럼에서 조금은 들어본 사람이나 IT쪽 경력이 있는 분도 누구나 집중적인 교육과 학습,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의지로 교육 강사로 나설 수 있다. 다만 어디나 그렇듯이 쉽지는 않다.


모든 교육의 결실은, 성장의 의지와 계기에 대한 갈급함이나 발동이 시작하는 시점이 열이면 열 모두 다르기에 교육 종료시점에 드라마틱하게 성과로 나오긴 힘들다. '대기만성'형이거나 스스로 교육 이수후 한계를 경험했거나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이 우선순위가 더 높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도 도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교육 동기들과 함께!혼자서 가기 막막한 길도 같이 고민하고 비슷한 경험을 나누다 보면 어느 새 든든한 동료가 된다. 그 분들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약하면 멋이 날아가서 다소 무미 건조한 문장이 되는데 직접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크게 두 가지였다.


 ① 모두가 한 발자국씩 전진하기 위해 많은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면서 힘든 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


② 그런 여정 속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



아이들을 대면하며 이 내용을 전하고 교감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로 기쁨과 보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변함없이 했더니 그 자체가 남들에겐 신기할 정도로 눈에 띄었고 책을 내고 강연 의뢰로 자연스레 강사도 되었다. 콘텐츠를 비지니스화하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뜻이 맞는 좋은 파트너들과 협력하고자 한다.

유독 남들 눈에는 아까워 보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에 자족하며 계속 새로운 일들을 접하고 깨닫고 에너지를 강연으로 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용기도 얻고 있다.

  일을 해 보면서 매우 힘들기도 하지만 몰랐던 능력도 알게 되고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멈춘 것 같던 내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있지만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기도 해서 나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다른 것들을 계속 잘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보육 책임자 직무를 유지하는 상황상 쉽지는 않다.
관심이 있는 공학과 교육을 익히고, 지원 스텝으로써 현장에서 실제 상황과 접목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좋아했지만 채워지지 않은 갈급함으로 포기했던 컴퓨터 전문 강사의 길, 올해 참 무겁고 어려웠던 그 한 걸음을 내 딛었다.

대학원 공부하다 육아하다가 놓쳤던 취업 기회를 다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 육아라는 공통의 이슈와 관심사는 무엇을 했다고 하든지 배울 점이 크기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경청하게 되는 화두다. 내 기준에선 육아를 하면서 무언가를 또 했다는 것은 개척자 칭호를 드려도 무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생활에 있어 정기적인 월급 베이스의 안정감은 없지만 행복해 보였고,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다른 분들의 5분 스피치를 통해 단 2시간 안에 집중해서 듣고 배웠으며 감탄했다. 동그라미재단 변화의 방에서 맘잡고 주최로 열린 '브런치토크'에서 그렇게 2015년 나를 성장시킨 것들을 이야기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맘잡고 네트워크 페이스북 공개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1491992437691039/


원래 자기가 챙겨오는 건데도 이렇게 또 브런치를 준비해주셨다. 평범한(standard) 핫도그라고 써 있는데 빵도 소세지도 모두 맛이 좋다. 남기지 못하게 쇠뇌당한 조기 교육의 부작용으로 여기에 김밥도 근 한 줄을 먹었다.


이렇게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평범한 모습을 하고 더불어 살고 있었어. 말을 안해서 서로 모를 뿐,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끝 무렵에는 이런 엄청난 잠재력들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내 나름대로도 열심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끝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가진 분들이 많으셨으니 우선 평범한 엄마 사람들의 도전 이야기를 책을 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하고 말이다. 수요가 적을까? 아니다, 수면 아래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수요가 꽤 있을 것이다. 엄마로서 주변 관계자 이야기가 아닌, 본인이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 즈음 응팔 수록곡이라 최근 자주 여러 번 들은 곡의 가사가 떠오른다. 마무리로 딱 좋고 어울리는 가사.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죠.
···
후회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꿨다 말해요.

[걱정말아요 그대]
가수 : 이적
원가수 :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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