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인스타그램은 팔로워를 늘리는 쉬운 방법이 있다. 사진 속 일상이 비교적 나와 크게 다르지 않고 평범한데 팔로워수가 기본 1만이고, 많은 체험 후기 소식을 꾸준히 전파한다.돈을 내면 되니까순수하게 한 명 한 명 손품팔아 구독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
돈으로 팔로워를 단 번에 확 늘리는 현질 익스프레스 웨이가 있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금전적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조용히 힘이 센 작가들의 브런치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글이 꽤나 엣지가 있어서 다음 메인에 짧게라도 뜨면 조회수는 아주 드라마틱하게 찍고 이내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그럼 그 때 조회수 지표의 급상승과 급락 시점을 보고 다음 메인은 일주일 주기로 글을 바꾸는구나 이런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요 근래 그래프가 심상치 않다. 매일 조회수가 오른다. 가벼운 글을 짧게 자주 발행하는 것과 더불어 꾸준히 열독해주시는 구독자가 모이니, 꾸준히 일 조회수 지표의 점을 선으로 이어 만든 그래프가 우상향이다.
브런치는 사실 내 글에 관심이 없다. 솔직히 당연하다고 본다. 내가 브런치스토리 에디터라도 내 글을 에디터 픽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극히 객관적인 시점에서 진짜 어쩜 이렇게 브런치에는 좋은 글들이 마구 쏟아지지?싶을 정도로 글들이 반짝 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순위 변동이 거의 없는 요지 부동 인기 글 말고 최신 글 태그로 몇 분 간격으로 계속 빠르게 올라오는 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구독자수가 0인 새로 시작한 브런치 작가의 글들이 얼마나 생기가 있는지를 말이다.
어떤 우연하고 사소한 계기가 트리거가 되어 시작한 루틴인데, 내 삶과 내 글에 큰 재미가 되고 있다.
브런치 스토리 접는 분들 글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속담을 정말 많이 쓰시는구나 생각하며 봤다.
브런치를 떠나고 티스토리를 접어도 계속 어느 괜찮은 플랫폼에든 정착해서 글을 꾸준히 발행할 테니까 해 볼 만큼 해보고 가능성이 없어서 그런 결단도 내리신 거라 그 선택 역시 응원드린다.
문제는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남는 분들이 그런 흔적들을 보고 '그럼 나도 탈출해야 하나?' 흔들리며 걱정이 시작된다. 회사에서 퇴사자를 마주할 때의 느낌이라고 본다.
전체 중 20퍼센트는 어디서나 많이 지원받고 앞장 서지만, 대부분은 80퍼센트 쪽이니까 스스로 어떻게든 보이든 말든 살아갈 뾰족한 수를 찾아내야 하니까 말이다.
이 곳이 세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곳도 아니고 당연히 전부도 아니지만, 내 기준에는 이 곳에 모인 작가님들 커뮤니티 파워가 마음에 들고 꽤나 끌린다.
내가 아직은 떠날 생각을 안하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어떻게든 도움되는 의미 있는 응원하기를 해볼 작정이다.
좋은 기운이 모이면 작가님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응원도 애써 꾸준히 하고, 소중한 생각과 느낌을 나눠주신 마음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그리고 자주 이 곳에 뜬다. 고작 이 숫자로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다.
마치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계속 이 생각들 속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글을 쓰긴 해야겠고, 그런데 구독자수는 왜 안 늘지?
내 글에 뭐가 문제지?
구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도 안하고 혼잣말만 늘어놓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뭘 써야지?
내 삶과 생활이 특별한 경험도 아니고 꽤나 뻔하고 재미랄 것도 없는 평범하고 그저 그런 일상들인데?
답없이 고민하던 수 많은 지난 날들의 걱정의 무거움을 가볍게 털어버리듯 최근 일주일 동안 그 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누 역대급 구독자 폭발, 좋아요 폭발이 나에게도 쓰윽 찾아 왔다.
누가 뒤에서 다 계획하고 준비 실행해서, 내 반응 관찰하고 살피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확 일어났는데, 신기해서 통계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감 잡기가 참 어려운게 무한 삽질을 해도 알까 말까다. 쓰기 쉽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쓸지는 고민 또 고민이다.
브런치스토리 응원하기에서 작정하고 매일 열심히 띄워주고,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 프로 작가님들처럼 연재할 소재가 나에게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분야가 없는 편이 글쓰기에는 훨씬 자유롭다.
이렇게 웹툰까지 그리면 무조건! 응원하기로 밀어드릴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업은 따로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주업의 이야기를 글로 꺼내자니 워낙 여기 저기 고려할 눈이 많아 자체 검열 판단을 거치면 공개 가능한 내용이 적다.
그렇게 쓸거면 변죽만 울리다 끝나는 밋밋한 글이 될 게 뻔하고, 차라리 후속 유료 강연 참석하시면 오프더 레코드 노하우로 재미있게 들려드립니다- 이런 흐름이 적절하게 되기 때문이다. 컨설팅하거나 강연으로 돈 벌 때는 지금이 아니고, 강연가로 나서 스스로 사진 올리고 강연 자료 수 백장 준비해 보겠다고 야근도 불사할 그럴 여력도 전혀 없다.쓰러지고 말 저질 체력이기에 일단 골골하지 않을 체력부터 기르기로 작정했다.
오래 전 애쓰다 써본 업무 관련 몇 몇 글이 있는데 뭔가 핵심을 쏙 빼야하니 진솔하지도 못하고 밋밋한 글로 꺼내졌다. 나 혼자만 생각해도 되는 입장이 아니라면 결국 그렇게 된다. 쓰면 다른 관계자 입장에서 난처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팔 다리 머리 다 잘리고 멋 없는 몸뚱아리만 남아서 그렇게 되어버린다.
굳이 애써 쓰는 작가 입장에서 맘에 들지도 않으니 글쓰는 재미도 없고, 나조차 그렇게 느끼는데 당연히 독자에게도 큰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완전히 그만 뒀다.
업무 노하우 썰은 대중적으로 풀기는 어려우니 1대 1 맞춤형으로 대화를 나누며 해야 내용도 풍성해지고 깊이가 더해져 서로에게 의미가 생기고 더 유익하다.같은 분야 종사자들과 떠들면 할 말은 무궁무진한데 업 특성상 정제된 글로 발행하기는 애매하다.
앞으로 아무 글이나 쓸 예정이다. 여기서 만큼은 특정 주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대로 아무 주제든 인사이트를 준 것들을 꺼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떤 종류라도 남이 제시하는 명확한 기준과 제약을 매우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꺼려한다. 첩첩산중 사면초가에 외로이 가둬놓고 대단한 창의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스토리 연재 응원하기 작가 자격을 검증할 때 이미 자신의 업에서 이름이 유명하고 많은 구독자를 구름처럼 몰고 다니면 프리패스가 주어진다고 썼다. (당연히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고 해석하자면 그렇다 - 협업 프로모션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한 자는 모든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있다.)
공신력? 유명인이나 출간 작가도 아니니 평범한 직장인에게 그런 게 있을리 없다.
최고의 유일 무이한 완벽을 추구하다보면 내 책을 선뜻 못내는데 내가 바로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책을 낼라치면 생업을 내려놓고 작정하고 써야 조금 직성이 풀릴텐데, 일도 나에게는 너무 중요한 일상이라 당장 충동적으로 사표를 던지거나 할 수는 없다.
브런치는 글솜씨 쩌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나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제 그만 둘까? 접을까 생각하던게 바로 몇 주 전의 일이었다.
다음 메인에 몇 번 노출된 적은 있는데 나를 아는 것도 아니고 글만 빠르게 훑어보고 읽고 나가지, 그 분들이 브런치 작가님들은 아니기 때문에 좋아요, 구독자수가 크게 늘지는 않는다. 여러 경험과 글들을 보고 별 기대를 안 하고 살아서 그런지 이런 조차도 작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구독자수와 좋아요에 연연하지 않고 글을 계속 쓸 수는 없다. 글로 먹고 사는 분들은 출간과 강연을 해야 하고, 그냥 아마추어로 글을 쓴다면 다른 작가님들의 응원하기는 글을 계속 써볼 힘을 나게 하는 영양분이고 숨통을 틔워줄 산소이자 싱그러운 시원한 물이다.
동기부여를 팍팍 마구 부어부신 구독자님들께 감사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가만히 조용히 넘길 사건이 아니다.
광복절부터 삼일 저녁 동안 얼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뛰면서 결심했다.
8월이 다 가기 전에 소소한 댓글 이벤트라도 꼭 열어야겠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만나기 어려운 인연들이니 마침 연락 닿고 만날 수 있을 때, 나도 나눠드릴 수 있을 때 드리는 걸로 하자.
지금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걸 하자.
가까이 머물러 지내며 내 소소한 생각을 꺼내고 다른 작가의 삶을 응원하기 말이다.
나에게 의미있는 건 한 순간의 스파크 급상승이 아니라 꾸준히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올라가고 조금이라도 배우고 성장해서 내일을 기대하면서 즐거운 고민을 하는 순간이다.
간밤에 글쓰고 휘리릭 등록했더니 다시 보니 오타가 난무한다. 슬쩍 고쳤다. 남이 쓴 글 오타는 100배 쯤 확대되서 둥둥 떠다니는데 구독자님들께 너무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