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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떡 먹다 박막례 할머니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왜 그 때 하필 거기 계시나 한 참을 봤는데

by 스토리캐처

되게 진지한 자세로 학생이 된 듯

경청하시 떤 프로그램에 참여중이시더라


나에게는 평범하게 평일을 시작하는 공간인데, 이 날은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그냥 봐도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열 몇 명 남짓 웃으면서 들어왔다.


오피스 투어인가? 홍보 영상 찍으려고 섭외되신 건가?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삼삼오오 모여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이내 소파에 둥글게 마주보고 착석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나는 브런치 겸 떡을 먹고 업무 준비를 하면서도 영상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 인물이 란 같은 공간에 계신 사실이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고, 실물로 처음 보게 된 박 할머니가 너무 신기해서 브런치 떡을 씹어먹으면서도 도통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체구는 정말 작으신데, 굿 바이브 에너지가 평범하지 않으셔서 박 할머니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막 웃으면서 큰 모션으로 반대 쪽 소파에 앉아있는 참가자들에게 두 팔을 흔들어 주시는 모습에서 스타의 여유와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같이 나란히 있는 분들이 다 근사한 젊은 분들이었어서 박 할머니가 주인공인듯 군계일학처럼 유독 튀어 보였다. 할머니가 이 분들 중에서 학처럼 가장 키가 크고 날씬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스팟인 정중앙에 서시기도 했지만 웃는 표정 얼굴과 온몸에서 진짜 재미있어 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찐 기쁨이 가득 흘러넘쳤다.


나는 당연히 할 일 터지는 일터이기도 하고, 아침은 유난히 분주해서 빨리 일을 하러 이동해야 하니, 느긋하게 할 일 없는 사람 마냥 행사 다 끝나길 기다렸다가 사인 요청하기는 커녕 뭔가 집중하시는데 방해될까봐 사진 한 장도 못 찍고 눈으로 담고 왔다.


박 할머니와 PD 손녀의 케미 폭발 사례를 보면, 꼭 어떤 조건을 나 혼자 다 계획해서 젊고 어린 나이에 완벽한 굿바디 굿 페이스를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철저한 편견인 것 같다.


내 할머니도, 내 엄마도 내 덕에 유명해졌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박막례 할머니를 보고 하루가 지난 뒤 살짝 떠올랐다. 그렇게 속 썩이거나 못 해 드린 건 아니지만, 저 정도로 해 드리지는 못해서 이럴 때 나는 죄책감을 혼자서 괜스레 느끼곤 한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더 잘해 주지 못하고 떠나 보낸 건 아쉬운 일인 게 분명하다.


그러니 있을 때, 내 주변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해 보자고 생각하고 또 잊혀질 때마다 다시 그 마음을 꺼내서 다짐하곤 한다.


잘 해주겠다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잘 듣고 살피기도 해야하고, 어느 시기에 호르몬 작용으로 반짝 반하고 불꽃으로 지고 마는 건 결코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고 본다.


꾸준히 오래 온기를 잃지 않고, 힘든 순간에도 오히려 마음을 모아 극복할 힘을 더 키워가는 노력이 사랑이다.





박막례 할머니가 가장 눈길을 끌었고, 지반이라는 아티스트가 뿜는 에너지와 활력이 다수의 군중 속에서 유난히 튀었다.

검색으로 지반 님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다가 뭔가 마음 찡한 대목이 있었다. 풍자님이 가족의 반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잘 지내고 서로 얼굴 보고 지낸다고 한다.


자식이 부모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고 나중에서야 조금 부모 마음을 깨닫듯이, 부모도 자식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 지반 님이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 올해는 꼭 지반 님의 아버지 마음에 꼭 닿기를, 다시 얼굴 보고 평범한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꼭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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