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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r 27. 2024

딱 5분,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함께 한 평일 점심산책

봄아 내 곁으로 지금 오기는 하니?

하루 커피 한 잔을 건너 뛴 날은 없다.


아무 비용없이 머신에서 언제든지 내려먹을 수 있는 라떼는 벌써 질리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동료 멤버가 말한 공짜 커피의 저주에 걸린 것 같다.


비용이 0원이어도 질린 맛을 또 먹기보다는, 오늘은 어디서 먹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선택지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먹을 곳을 빠르게 고르고, 순순히 폰을 켜서 간편결제를 하고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지기로 결정했다.


라떼 한잔 가격은 내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브랜드 카페는 꼭 오늘 안 가도 괜찮고, 그 동안 꽤나 자주 드나들어 쿠폰 완성까지 딱 1잔 남은 정겨운 카페로 발길을 정했다. 스탬프 완성 쿠폰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더 이상 찾지 않는 가게가 더 많다보니 이 정도면 괜히 '나 칭찬해'를 외치고 싶다.


언젠가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분은 커피를 사주시면서, 주문을 받는 바리스타 분께 '적립은 됐어요'라고 했다.


통이 크거나 혹은 그렇게까지 할인을 부러 챙기지 않는 타입이거나, 어쨌든 내게 여러모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겨주신 분은 '프리퀀시 모으시냐는 물음'에 과감하게 손을 내저으며 없다고 빨리 다음 결제 스텝으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내 기준에선 그런 적이 없다보니 그 모습이 위대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잠시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고 반드시 할인이나 스탬프 적립을 챙겨야 손해를 안 본 것 같아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서 그랬다. (결국 그 스탬프 종이가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될 지언정, 따져보니 대략 99% 정도는 그렇게 되었다는 과거의 경험을 이미 알고서도 물어보면 순순히 시작한다는 말이다.)   


돈이 있고 없고 통이 크고 작고를 떠나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맞구나 생각했다.   


이 것 외에도 나와 아주 많이 다른 분이라서 이야기 나누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도움도 받고 재미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워낙 내 이야기에 경청을 잘 해주셔서 그 분의 말도 귀 담아들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는 이끄는 역할을 본인이 어떻게 하는지 제 3자처럼 들려주셨는데, 그런 식의 묘사도 처음 들어봐서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 평가하지 않고 호응해 주는 사람도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막 하다가 공감 대신 다른 시각에서 대답을 해주시고, 타인의 시선에서 볼 수 있게 생각을 바로 잡아줘서 어쩌다 그 시절이 생각 날 때마다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분들도 꽤 있다.


이제는 각자의 삶의 공간이 달라지고 교집합이 없어 연락을 더 이어가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떠오를 때는 신기하게 그  상대의 자리에 있었던 분들께 혼자 고마워하기도 한다.

 

혼쭐나며 배우는 경우도 꽤나 많았는데, 사실 그런 분들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고마워 할 수는 있는 상태가 됐다.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생각을 하며,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담긴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로 마시면서 잠시 몸을 움직여 산책했다.


산책하는 길 주변에는 거처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다. 뭔가를 세울 수 있는 공원 한 쪽 구석에는 막걸리 병들이 있었다. 안이 비치는 투명 통에 누런 색깔 액체는 원래 들어있어야 할 색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난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어딘가에 잘 남기고 싶은 욕망인가, 인간 신체라는 필터를 거친 물을 채워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누가 치워버리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담아둔 것이라는 의미는 나처럼 의미부여가 습관인 사람만 꺼내는 이상한 태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다 마시고 마침 볼 일을 보고 싶었지만 물을 버리기 괜찮은 통이 눈에 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했을테지, 괜히 플라스틱이 안 썩는다는 생각에서 너무 멀리 나갔다.


그 물에는 필터 역할을 한 어느 분의 DNA가 담겨 있지는 않겠지만, 결코 스스로 썩지 않는 완벽한 보존 틀을 찾아서 전시하듯 두고 가셔서 '술'을 끝장을 볼 때까지 마시면 '?' 가 되는 사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시던 커피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즈음 지하철 출구를 지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연기를 단체로 뿜어내는 분들 뒤에는 '금연구역'이라는 플랭카드가 허무하게 걸려 있은지 오래다. 과하게 비싼 담배 소비로 나라 재정에 기여하고 계신 애국자인 이름 모를 분들의 오만가지 걱정은 하얀 연기에 실려 푸르른 봄 하늘에 날리고, 내 코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라고 돌진 명령을 뇌에게 전달해 발길을 재촉한다.


저 연기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아주 어릴 때부터 맡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간접흡연의 세월이 내 나이만큼이나 쌓였는데, 언제 맡아도 아무리 익숙해져도 알러지 비염이 있는 내게는 위기시그널 그 자체다.  


지난 주말에 이 곳에서 거처없이 지내시는 분들을 소재로 한 개그 프로그램 코너를 봤다. 동선이 겹쳐 꽤 정기적으로 오가면서 마주치고 있다보니 별의 별 모습을 다 봐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기만 할 수가 없더라.


누구나 일류가 될 수 있다고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 생각 많은 사람답게 혼자 이러고 논다.


'그렇다면, 노숙인분들은 스스로 그 흐름을 빠져나온 분들인가'


'누구나 일류가 될 수 있다는 건 급을 어떻게든 나눠버리는 평가 체계에서 사는 한 결국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자명한 결론이 나오는데, 거 과장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저 책은 어차피 내가 타겟이 아니지'


굳이 사서 안 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여느 책들처럼 그저 내 곁을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까 싶었다.


내 안에 양극이 뚜렷해서 끌리는 책도 많은데, 밀어내고 싶은 책들도 꽤나 명확하다.


분주하게 눈 앞에 펼쳐진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과 재잘거리는 말들, 여행을 나와서 한껏 기분이 좋은 다양한 나라 이웃들과 일하다 점심 먹고 잠시 쉬러 나온 내 나라 고민 가득한 동지들을 스치듯 지나다 보니 바닐라 라떼가 가득 들어있던 플라스틱 통에는 이제 몇 방울의 커피와 얼음들만 남았다.


5분 만에 이 걸 다 먹다니, 커피가 각성은 잘 되는데 가성비가 좋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커피를 사는 것'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전혀 안 먹지는 않을 것 같다.


 꽤나 과하게 의존하던 몇 년을 지내고 나니 카페인 특유의 '과도한 각성'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무의식적인 루틴으로 생각하지는 말기로 했다.


 최대한 '커피 루틴'을 어색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깨닫게 계기는 당연히 몸의 신호였다.


 아침 일찍 들이붓듯이 마시는대신 조금 느긋한 시간에 마시고, 커피를 언제 어디서 사야할 지에 대해 생각하는 단계를 여러 가지로 나눠서 심사숙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점심 산책을 마무리 했다.


물을 아주 아주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숙면 모드로 들어가야 할 시간에 몸과 머리가 완전히 따로 노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건 비추한다는 분이 있었는데,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가 많이 되는 시간이라서 본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2-3시간 뒤에 마신다고 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데, 몸이 어느 정도 깨고 나서 정신도 차리고 마시는 게 내 몸에 좀 더 이로운 느낌을 나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커피로 머리를 깨우는 것보다 스스로 몸을 가뿐하게 하고 나서 느긋하게 텐션을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는 역할로, 너무 큰 사이즈로 사지 않고 작은 크기로 마시는 것이 내게는 딱 적당했다.


아주 끙끙대며 종일 부지런히 하는데, 자의와 타의로 쌓이고 또 쌓이는 일은 기쁨인가 저주인가 '시지푸스의 바위들'인건가 '아직 발견 못한 심오한 인생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질문 속 물음표 안에 머물며 일단 서둘러 돌아갔다.


이렇게 혼자 걸으면 잡 생각을 하며 일 생각을 털고, 일할 때는 잡 생각할 겨를이 전혀없다. 적당한 일상 생활 규칙을 가지면 적절한 균형 속에 일상 속 작은 기분전환, 짪은 리프레쉬에 도움이 많이 된다.


다음에는 어설픈 내 운동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직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서 일단 매일 열심히 최대한 운동 시간을 확보하고 유지해 보기로 한다.


엉망진창으로 일만 하다가 모든 게 와르르 다 망가져서 어떻게든 재활해 보려는 나만 아는 고통 위기탈출 몸부림이지, 근사하고 빛나는 운동은 결코 아니다만, 글로 써 두면 누군가에게는 그냥 쓰윽 읽어볼 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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