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3)
주유소의 가격표에 적혀 있는 첫 숫자는 달러를 말한다. 그다음의 두 자리 숫자는 센트를 말한다. 마지막에 분수로 10분의 9(9/10)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이 ‘10분의 9’는 돈의 단위인 것 같기는 한데 이것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미화(美貨)라고 적기도 하는 미국 돈의 기본 단위는 ‘달러(dollar)’이다. 그런데 달러는 미국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한다. 그래서 특별히 미국 달러를 구분해서 말할 때에는 United States의 약자인 US를 앞에 붙여서 USD라고 쓴다. 호주 달러(Australian Dollar)는 AUD라고 쓰고, 캐나다 달러(Canadian Dollar)는 CAD로 쓴다.
미화인 달러를 적을 때에는 숫자 앞에 $를 붙인다. 영문자의 대문자 S에 세로로 선을 긋는 것이다. 세로로 긋는 선은 하나인 경우도 있고 둘인 경우도 있다. <$1>라고 적고 라고 읽는다. 한화를 적는 ₩는 화폐단위인 ‘원’의 영문자 첫 글자인 W에 가로로 선을 그은 것이다. < ₩ 1,000>이라고 적고 <천 원>이라고 읽는다.
달러 대신에 불(弗)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와 가장 가까운 모양의 한자가 불(弗)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의 TV극을 <6백만 불의 사나이>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다.
다음은 센트. 길이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cm라는 단위가 있다. ‘센티미터’라고 읽는 이 단위는 c와 m을 합한 것이다. 뒤에 있는 m은 길이의 단위인 미터(meter)를 말하고, 앞에 있는 c는 라틴어에서 온 것인데 100분의 1이라는 뜻이다. 즉 <1cm>는 <1m의 100분의 1>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1cm가 100개 모인 100cm가 1m가 되는 것이다. 미국 돈도 그렇다. 1달러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단위가 ‘센트(cent)’이다. 1센트가 100개 모인 100센트가 1달러가 되는 것이다. 센트의 표기는 영문자 소문자 c에 세로로 한 개의 선을 세로로 긋는 ¢을 쓴다.
달러 표시인 $와 센트 표시인 ¢는 숫자와 결합할 때 그 위치가 다르다. 달러 표시는 숫자 앞에 붙이고, 센트 표시는 숫자 뒤에 붙인다. 그래서 달러는 <$1>로 적고 센트는 <99¢>로 적는다. 그런데 $를 숫자 뒤에 붙이는 잘못된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해한다. 말할 때에는 숫자를 먼저 대면서 <100달러> 또는 <100불>이라고 하니까 글로 적을 때에도 말하는 순서대로 <100$>라고 적게 되니까. 그러나 미화를 적을 때에는 $를 숫자 앞에 먼저 넣어 <$100>라고 적어야 한다.
달러와 센트 말고도 특정 업계에서만 쓰는 밀(mill)이라는 화폐 단위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런 화폐 단위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는 그저 ‘미리’라고 불리는 밀리미터(mm)라는 길이의 단위를 생각해보자. mm에서 뒤의 m은 미터(meter)를 말하고 앞에 있는 m은 밀리(m) 즉 1,000분의 1을 뜻한다. 센티(c)가 100분의 1을 뜻하듯이 밀리(m)는 1,000분의 1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1mm는 1m의 1,000분의 1이다.
이처럼 1달러의 1,000분의 1(1/1,000)에 해당하는 단위가 ‘밀’이다. 이것은 1센트의 10분의 1(1/10)에 해당한다. 표기는 영문자 소문자의 m에 빗금을 쳐서 ₥라고 적는다. 일상생활에서 이 금액을 볼 수 있는 곳은 주유소가 유일하다. 주유소 기름값을 적을 때 갤런당 값을 ‘2.95’라고 적은 후 그 뒤에 ‘9/10’이라고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가격표 숫자의 마지막에 있는 ‘9/10’가 바로 ‘밀’인 것이다. 1센트의 9/10, 즉 0.9센트가 ‘9 밀’인 것이다.
이왕 주유소 기름 가격을 들여다보는 김에 얘기 조금 더 해보기로 하자.
주유소의 기름 가격은 미국 안에서 조금 특이하다. 미국에서는 가격표에 적힌 금액만으로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가격표에 적힌 금액에 ‘세금을 더해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주에 따라서는 그런 세금을 매기지 않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주는 많지 않다. 그런데 주유소 기름 가격은 독특하게도 ‘세금이 이미 포함’된 가격이다. 가격표에 적힌 금액 그만큼만 지불하면 되고 세금에 대해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휘발유와 경유(디젤유)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경유가 싸고 휘발유가 비싸다. 미국은 반대로 휘발유가 싸고 경유가 비싸다. 각자의 정책적 이유에 의해 기름에 매기는 세율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