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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 최수연

지성과 절제의 표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그의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최수연은 ‘권모술수 권민우’, ‘우당탕탕 우영우’처럼 자기도 그런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최강 동안 최수연’ 또는 ‘최고 미녀 최수연’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우영우는 그런 거 아니라면서 ‘봄날의 햇살 같아’라고 말한다.

왜 그런지 얘기를 해준 후 이렇게 마무리한다.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이 장면을 보면서 2년 전의 일을 생각했다.


고교 동기 동창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암이라고 했다.

이미 그의 카카오톡 초기 화면에 ‘전투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병문안을 겸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소식 들었다면서 좀 어떠냐고 물었더니 ‘힘들다’고 했다.

돌려 말하지 않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이어지던 중

그가 이런 글을 남겼다.


‘항상 내 맘속에

지성과 절제의 표본처럼 자리해 있는

오래된 친구’


헛…

이 글을 대하는데 잠시 숨이 멈춰졌다.


‘항상’

‘맘속에’

‘오래된’

그리고

‘지성과 절제의 표본처럼’.

이 모든 단어들 때문이다.


지성과 절제.

4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되는 긴 세월 동안

그에게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는 게

참 고마웠다.


그 후 몇 번 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느 날 고교 동기 동창 카카오톡에 ‘본인상’으로 부고가 떴다.


내 가슴에 ‘지성과 절제’라는 찬사를 새겨놓고

그렇게 그는 먼저 갔다.


그에게서

‘지성과 절제’라는 말을 들었기에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말을 들은 최수연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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