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aby change

아기를 왜 바꾸지?

먼저 얘기 하나.


미국과 소련이 대치 중이던 냉전시대.

한 소련 예술가가 미국으로 망명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그 예술가의 미국 정착을 도와주기 위해 미국 정부는 그에게 안내인을 붙여줬다.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을 자랑하고 싶었던 그 안내인이 그를 백화점으로 데려갔다.


소련 출신 예술가가 물었다.

"여기 '밀크 파우더'가 있는데 이건 뭔가요?"

"아, 그거요? 그 '파우더'를 물에 타면 '밀크'가 되지요."


조금 있다가 그 예술가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물었다.

"이 '주스 파우더'는 뭔가요?"

"그것은 물에 타면 '주스'가 되는 '파우더'입니다."

미국 안내인이 자랑스레 답했다.


조금 더 백화점을 둘러보던 소련 출신 예술가는

어떤 상품 앞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서 있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베이비 파우더'.


이 '파우더'를 물에 타면 '베이비'가?

물에 타면 '베이비'가 되는 '파우더'?



미국 도착한 초기에

화장실에서 'baby change'라는 표지를 보았을 때 몹시 놀랐다.


'아기를 바꿔? 아니 왜?'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baby change'는 아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아기 일회용 기저귀를 가는(바꾸는) 장소였다.


즉 외출 중 아기의 일회용 기저귀가 젖었을 때

그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아기를 눕히는 간이침대가 

'baby change'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기 전 까지는

'베이비 파우더'를 보고 놀란 소련 출신 망명 예술가나

'baby change'를 보고 놀란 나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