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이다.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내 고향은...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부모님의 고향은 분명 있다. 그래서 어렸을 적 명절 때마다, 방학 때마다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벌초하러 가거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 뿐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반백 년 가까이 서울에서 쭉 살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이 내 고향일까?
서울이 고향이라면 그나마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살았던 집이 있는 동네가 고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은 예전에 살던 동네 주변을 지나다가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을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주변은 재건축으로 많이 변했지만 다행히 내가 살았던 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나를 기다린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말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어린이집으로 변했다는 것. 그래도 겉모습은 예전 모습 그대로여서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곳이 내 고향일까?
그곳은 분명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몇몇 건물들을 빼고는 이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더욱이 그곳은 나를 반갑게 맞아 줄 아는 이 하나 없는 그냥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 있는 동네일 뿐이다.
언젠가 그 집도 누군가에 의해서 허물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흔히 고향을 마음의 안식처라고 한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언제든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 같은 곳.
그래서 그곳에 가면 지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고,
상처 난 마음도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은 곳 말이다.
그런 곳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고향에 대한 이미지이다.
어린 시절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이면서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과 장소, 물건들이 있는 곳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산업화와 도시화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나처럼...
고향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지 않고 이동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때문에,
직장 때문에,
경제 사정 때문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등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유는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소위 불알친구도 찾아보기 힘들고 또 명절에 고향 대신 휴양지나 해외를 찾는 사람들을 당연시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고향이라는 단어 자체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돌아갈 곳 없는 나그네처럼 외롭게 타지에서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