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건축가는
사라질까 아니면 변할까

by 까치발

2년 반 전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과는… 두 편 정도 쓰고 멈췄네요. (너무나 게을러서리~)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제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도, 기술도, 생각도 그리고 워크스타일도 많이 변했어요.
심지어 직급도 올랐습니다. (이건 꽤 좋은 변화 ㅋㅋ)


그때는 ‘건축과 IT의 교차점’이 막 보이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그 교차점 한가운데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첫 번째 글이 이거였습니다.


“AI가 건축가를 사라지게 할까?”


그때 쓴 글의 요지는 단순했습니다.
AI는 건축가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도면을 그리는 사람’은 줄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건축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화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글을 다시 읽으며 흥미로웠던 건,
그때 이미 AI에 대해 꽤 관심이 많았다는 점
지금처럼 챗GPT가 일상에 녹아들기 전이었는데도 말이죠.
당시엔 AI가 조금 앞선 미래의 기술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매일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결론은 그대로인데,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년 전에도 저는 “건축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지금 와서 보니 AI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AI는 이미 건축가들의 일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여전히 바뀌지 않는 행정기관의 시스템과 공무원들의 마인드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건축 산업이 진짜로 변하려면,
기술보다 ‘제도’와 ‘사람의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걸
요즘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AI는 건축가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입니다.
이제 건축가는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과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던 시대에서,
데이터와 기술로 ‘공간을 프로듀싱’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죠.


AI는 건축가를 사라지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건축가’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꾸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다양한 AI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챗GPT, 이미지 생성, 데이터 분석 툴 등
업무의 거의 모든 과정에 AI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AI를 오래 쓸수록 오히려 제가 가진 경험이 AI의 효율을 더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사회초년생처럼 경험이 적은 사람은 AI가 주는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 답을 ‘맥락화’해서 더 나은 결과로 변환시킵니다.


결국 AI의 효율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깊이’에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쓰는 사람과,
자신의 경험과 맥락을 얹어서 쓰는 사람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AI를 ‘대체자’가 아닌 ‘확장자(Extender)’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AI를 단순히 보조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나를 더 복제해 함께 일하는 동료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실제 동료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요.


앞으로는 이 복제된 나를
‘하나 더 복제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보려 합니다.
AI가 제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확장시키는 시대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AI 시대, 건축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입니다.
이제 저는 그 변화를 직접 경험하며,
그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려 합니다.


이제, 건축은 IT가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