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이야기 .1

한 밤의 자유로, 그리고 한 짝의 양말

by 유경


자정이 넘어 자유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갓길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양말 한 짝이 보였다.
그 넓은 도로 위에서, 수많은 것들이 시야를 스쳐 지나갔을 텐데—왜 하필 저 양말이 내 눈에 들어온 걸까.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

비상등을 켜고 내려서 보니, H 사 로고가 선명한 명품 양말이었다.

검은색에 얇은 줄무늬가 들어간,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녀석.

문제는 그게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를 데려가 줘."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졸려서일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내 손은 양말을 집어 들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 조수석에 던져놓자, 양말이 짧게 한숨을 쉬더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24시간 가까이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들은 척도 안 했어.

내가 H사의 양말인 걸 모르는 거야? 쇼케이스 안에서 반짝이던 시절과는 너무 다르잖아.

그래, 뭐 가방이나 지갑보다는 못한 신세라지만…

그래도 나는 명품인데! 다섯 켤레 만 원짜리 양말이랑은 다르다고!"


나는 모른 척 도로를 응시하며 운전을 계속했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넌 왜 거기 있었던 거야?"


양말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마치 세상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체험한 존재처럼.


"말하자면 길어. 하지만 나를 데려갈 거라면 들려줄 수도 있지."


한 짝뿐인 데다, 남이 신던 양말이다. 집에 가져간다 한들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양말은 조용히 덧붙였다.


"내 얘기가 꽤 재밌어서, 아마 나를 쉽게 버리진 못할걸."


창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지나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액셀을 밟았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