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해로운 플랫폼 마케팅
마냥 경악스럽던 코로나도 이제는 익숙해져 간다. 경계심이 옅어진 탓도 있지만, 우리 일상이 전염병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의실과 회의실은 화상 회의로, 라이브 공연은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전환됐다.
시장 환경은 달라지고, 창업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온라인 플랫폼으로 쏠린다.
온라인 플랫폼 대세론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대수로운 것도 없다. 다만 코로나 전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옵션 같았다면, 지금은 필수 생존전략이 돼 버렸다. 제조업과 플랫폼, 서비스와 플랫폼, 식음료와 플랫폼 등. 이제는 플랫폼과 무관한 비즈니스 모델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 마케팅이 익숙하지 않은 소규모 신생기업마저 온라인 플랫폼을 시작한다. 절반은 필요 때문에, 절반은 시국에 등 떠밀려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한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도리어 발목을 잡히는 일도 있다. 플랫폼을 유지하기도 폐쇄하기도 난감할 때쯤 마법 같은 광고문을 보게 된다.
“구독자 수 늘려드립니다”
플랫폼 마케팅 초심자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돈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 십여만 원만 투자하면 휑했던 플랫폼이 북적북적해진다니.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듯이 말이다. 심지어 시간과 인력은 아낄 수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볼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제안이다.
안타깝지만 마케팅에 왕도는 없다. 쉽게 얻은 성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 하객 아르바이트 같은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플랫폼 방문자 데이터가 오염된다. 마케터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들의 주요 업무가 문자를 다루는 일이라는 착각이다. 소위 말하는 감각적인 문장이나 인문학적 감성은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일 뿐이다. 사실 마케터는 대부분 시간을 숫자를 분석하는 일에 사용한다. 플랫폼 방문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마케팅 성과를 예측한다. 판매 관리비는 이 예측값에 따라 배분된다.
만약 자사의 타깃과 완전히 무관한 이용자가 플랫폼에 대거 유입됐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시적으로, 한가득 유입됐다면 말이다. 마케터는 불순물이 가득 섞인 방문자 데이터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때 마케터에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시간과 인력을 추가로 넣어 오염된 데이터를 걸러 내거나 모든 데이터를 폐기하고 다시 수집하는 것.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격언은 마케팅에서도 통용된다.
두 번째 문제점은 한시적인 효과다. 돈으로 구매한 방문객은 머릿수 그 이상 이하의 기능도 하지 않는다. 물론 대외적으로 그럴 싸 보이는 효과는 있다. 그 마저도 마케팅 서비스 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사그라진다. 트래픽을 분석하는 툴(구글 애널리틱스 같은)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 온도 차는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트래픽이 급감하며 플랫폼 전반에서 활기도 사라진다. 여기서 최악의 선택은 “방문자 수 쉽게 늘려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다시 찾는 일이다. 밑 빠진 독에 쏟아붓기에는 스타트업의 자본금은 너무나 작고 소중하다.
마지막은 평판 하락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영악하다. 허위로 작성된 상품평과 과장된 평점. 구독자 수에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조회 수. 그리고 특정 시점에 밀집된 자기 복제한 듯한 댓글들. 석연치 못한 단서가 드러날수록 플랫폼을 향한 애정은 떨어진다. 플랫폼의 본질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붙잡아 놓을 수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이용자에게 신뢰를 잃은 플랫폼이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까. 아마 상당한 자원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어쩌면. 새로운 픒랫폼을 론칭하는 편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