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해 일러두기

개인 카페냐, 프랜차이즈냐 그것이 문제일때

by 이명선

마흔다섯 이후에 내 카페를 처음 열려는 사람은 한번쯤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할지, 개인 카페로 갈지 생각한다. 이 갈림길에서 초기 투자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몇 천만원부터도 창업이 가능한 중저가형 가맹 브랜드들도 꽤 있고 개인 카페라 해도 입지나 규모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에 만만치 않게 창업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로 시작하면 운영자가 커피나 장사에 대해 잘 몰라도 오픈을 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구축된 프랜차이즈 시스템 안에 합류하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네비게이션 아이템을 획득하는 셈이다. 상권 분석이나 인테리어 컨셉도 고민할 필요가 없고 원두 등 물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해결이 되고, 시즌과 트렌드를 반영한 레시피도 알아서 업데이트가 되고, 기존 브랜딩 파워를 징검돌로 삼아 홍보나 마케팅에도 도움을 받는다. 사전 교육과 매장 오픈을 위한 인력 지원 등도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장점과 교환하는 것은 필수 계약 기간, 초기 가맹비, 로열티, 월 수수료 및 즐비한 계약서 안팎의 조항들 그리고 나의 '주권'이다.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프랜차이즈일수록 가맹점이 지켜야할 것이 많다. 메뉴나 가격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받는 것보다 더 싸고 좋은 조건으로 물품을 사서 쓸 수도 없다.


그래서 선택지를 놓고 갈등이 깊어진다.

개인 카페를 하면 내가 앞에 서술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알아서 한다는 것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고 공부하거나 조사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 시행착오도 당연히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대열에서 주어진 군장을 메고 안전하게 갈 것이냐, 개인 카페의 각개 전투애서 해머나 활이나 검이나 아무튼 내 손에 맞는 것을 들고 달려나갈지 정해서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나는 소자본을 들인 동업으로 카페를 시작하면서 설령 몇 개월 못 가서 싹 망해도 우리는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 카페로 출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우리에게 커피를 알려 주신 사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고 이끌어 줄 테니 2호점 형식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셨었다. 정식 프랜차이즈가 아니니 가맹비 같은 여타 조건 없이 사부님의 카페와 같은 상호, 같은 컨셉의 분점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냥 우리만의 카페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운영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본점의 간섭을 받는 일이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만든 우리의 카페는 만으로 9년 5개월, 햇수로는 11살의 나이까지 이어졌다. 10년 이상 하자는 목표를 세워 일부러는 하지 못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하자, 올 겨울만 더 버티자 하면서 나이를 먹었다.


프랜차이즈는 통상 3년 계약으로 시작하고 재계약을 한다. 계약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제약이 있다. 첫 계약기간을 마치고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기존 프랜차이즈의 모든 흔적을 없애고 새 출발을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3년 만에 인테리어나 시설, 집기의 비용이 다시 들어가므로 새로 창업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도 계약기간 내에 나의 권리금을 포함한 양도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프랜차이즈로 계약할 때는 브랜드의 정보공개도 꼼꼼히 찾아보고, 그늘에 가린 특약사항은 없는지, 기존 가맹점 중에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매장은 실제로 어떠한지, 가맹점들의 재계약률은 어떤지 등등 다방면의 분석을 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유의미한 정보를 인터넷상에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들도 있으니 손품과 발품을 팔면 팔수록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하다.


최근에 용산구의 오피스 상권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오픈한 지인이 있다. 나는 마침 카페를 그만두고 쉬는 데다 오픈 매장의 분주함과 점주의 두려움과 걱정을 잘 알기에 매일 러시타임에 도와주러 간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점심 러시는 정말 소소하고 귀여웠던 거구나 느낄 정도로 오피스 가의 점심 시간은 좀 과장해서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것 같다. 주문서는 옆으로 길게 쌓이고 손님들은 문 밖까지 서 있고 스태프들은 웨이팅이 길어지지 않도록 각자의 포지션에서 마치 기계처럼 움직인다.

오피스 가의 점심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만약 웨이팅이 길어진다고 느끼는 손님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바쁘지만 음료가 대강 나갈 수도 없다. 우리는 동시에 많은 메뉴를 만들지만 손님에겐 그 메뉴 하나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몇 주를 지켜보니 프랜차이즈의 시스템과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점주가 카페 오픈 전의 예상과 오픈 후에 겪는 현실이 달라서 몇 가지를 좀 바꿔보고 싶어 해도 프랜차이즈의 규제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같은 가맹점들끼리 동시에 지켜야 할 규정들이 있다. 초보 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점주는 일단 프랜차이즈를 선택해서 오픈은 잘 했으니 장점을 취해서 나의 매장을 안정적으로 앉혀가야 할 것이다.


오래 카페를 한 나도 처음 경험하는 하루하루에 몸은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

아, 물론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니 재미있지 만약 앞으로 9년동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상상하면? 당장 도망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