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차리는 데 얼마나 들어요?

구상에서 실행으로, 돈만 드는 게 아니라 결단력도 든다

by 이명선

내가 카페를 하게 된 이유는 단지 '예쁜 카페를 하고 싶다'는 낭만 때문은 아니었다.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퇴직 이후에 대한 대비였기도 하다.

지금은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 보안으로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법적 보장되고 50세 이후 노사 간 합의 시점부터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등 정년에 대한 보장이 얼마간 채워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사기업 근로자는 45세가 정년이다'라는 현실을 드러내는 '사오정'이란 말이 있었다.

20년 이상 회사를 다니다 명예퇴직을 맞는 4,50대는 퇴직금과 대출로 주로 가게를 차려 자영업자가 된다.

치킨, 피자, 분식, 카페.

그래서 모든 직업의 이직 단계의 마지막은 다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씁쓸한 세태를 풍자한 그림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결혼 이후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속 중인 남편은 언젠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 소박한 국숫집을 하고 싶어 한다.

드라마 '심야식당'에서처럼 겉으론 과묵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마스터가 장래희망이다.

그러나 은퇴 전까지 남편은 직장인, 나는 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가게를 하면 우리 둘 다 초보운전자일 것이기에 내가 소상공인의 세계를 미리 경험해 보기로 했다.

카페 오픈에 드는 비용은 남편이 투자를 약속했다.


나는 처음부터 동업으로 카페를 하고 싶었다.

아무리 작은 동네 가게라지만 카페를 하나 여는 데에는 최소 몇 천만 원이 들어갈 텐데 운영이 잘 안 돼서 손해를 보고 그만두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혼자 5천만 원을 투자해서 잃는 것보다 둘이서 2500만 원씩 투자해서 다 잃는다 해도 그 정도 손해는 인생에서 크게 배웠다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둘이서 의논하고 의지해 가며 잘 꾸려가는 것이 초보들에게는 더 낫다고 믿었다.

주변의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런 막연한 구상을 실행으로 옮길 만한 추진력을 가진 이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5년 이상 참여하던 책 읽어주기 봉사모임에서 이상적인 동업자를 찾았다.

나보다 두 살 어린 그 역시,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퇴직하기 전에 실전 가게 운영을 경험하길 원했고 니외는 달리 커피에 대해 무척이나 잘 알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이자 옆 아파트 이웃주민이기도 했던 그와 나는 우리 동네에 작은 카페를 열기로 합의하고 주저 없이 계획을 진행하였다.



우리 주변 상가들은 대부분 보증금이 천만 원~2천만 원이고 전용 10평 미만 기준 인테리어 경비 등을 고려해 초기 투자금은 5천만 원을 최대한으로 산정했다.

투자도 반, 임무도 반, 수익도 반 그러나 사업실패 리스크도 반으로 줄어드는 공평한 동업이다.

양쪽 집 남편들의 든든한 응원과 도합 네 딸들의 박수를 받으며 우리는 카페 할 자리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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