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할 자리 찾기

상권과 월세의 정비례 공식

by 이명선

나는 1기 신도시에 살았다.

내가 살던 1기 신도시는 아파트 단지들을 모아 한 개의 마을로 묶었고 그 마을마다 하나씩 초등학교가 있다. 옆 마을과는 긴 횡단보도로 이어지고, 같은 마을 안의 단지들은 짧은 횡단보도나 구름다리로 이어진다.


우리 마을은 초등학교 하나, 중학교 하나를 낀 다섯 개 브랜드의 아파트 4456세대로 이루어진 하나의 큰 구역이었다.

이 다섯 개의 아파트에는 아파트 상가가 하나씩 있다. 작은 것은 2층짜리고 큰 것은 5층까지 있는 건물이다.



내가 카페를 열고자 마음먹고 자리를 보러 다니던 2013년 우리 마을에는 테이크아웃을 하는 조그마한 카페 한 개가 성업이었다.

서너 평 정도의 공간에서 전자동 머신으로 커피를 뽑아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고 바로 옆 공터에 의자를 몇 개 놓아 잠시 머물 수 있게 한 카페였다.

제대로 냉난방과 테이블을 갖추어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실 만한 카페는 가까이에 아직 없었다.


커피 머신을 다루는 방법만 모르는 게 아니라 상권이나 손익분기점 같은 것도 모르던 동업자와 나는 하나하나 공부를 해 가며 가게를 보러 다녔다.

가게를 보러 다니기 전까지는 우리 마을 상가 월세가 얼마나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우리 마을에 있는 아파트 상가들 중에 월세가 다른 데에 비해 40퍼센트 정도 싼 상가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상권의 크기 때문이었다.

다른 상가들은 모두 앞뒤가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상가는 뒤쪽만 아파트 단지이고 앞쪽은 마을버스가 다니는 도로와 공원이다.

게다가 공원 너머는 신도시와 구도시의 경계가 되는 개천이 흘렀다.


한 상점을 중심으로 반경 50미터~100미터를 상권으로 본다면 앞쪽에 공원과 개천이 있는 상가는 배후지 상권이 절반인 셈이라 월세도 절반인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 상가가 좋았다.

'카페'라면 왠지 조용하고 슬쩍 외떨어진 느낌의 위치도 좋을 것 같았다.

월세 내는 날은 월급날보다 빨리 돌아온다는데 매월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월세는 적을수록 좋다고 믿었다.


그 상가 일층에는 마침 비어 있는 점포가 두 개 있었다.

도로와 공원을 향해 난 매장 하나와 상가 뒤의 아파트 단지를 향해 난 매장 하나였다. 도로에 접한 매장은 외부에서 더 잘 보이고 접근도 쉽기 때문에 월세가 더 비쌌다.


나는 두 위치에 카페를 오픈해 손님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길가 매장 앞에는 마을버스 하나만 다니는 왕복 4차선의 한산한 도로가 있어서 지나가는 차들이 잠시 정차하고 커피를 사 가거나 마을버스 정거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드나들기 용이했다.

그러나 마을버스가 두어 대씩 항상 정차해 있어 시야를 가리는 데다 버스기사님들이나 행인들이 쉬면서 자판기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 유명 브랜드 치킨집이 영업 중이었다. 오후마다 치킨을 튀기는 냄새가 카페로 들어올 것도 염려되었다.


아파트 쪽을 향해 출입구와 창이 난 매장은 주차장에 바로 접해 있어서 출입하는 차들로 복잡하다.

그러나 1기 신도시의 나이와 함께 자란 크고 높은 나무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눈비가 올 때의 뷰가 제법 나올 듯했다.



월세는 20만 원 차이였다.

우리는 뒤쪽 매장을 선택했다. 그곳 역시 오랫동안 치킨집이었다가 철거된 상태로 한동안 비어 있던 곳이어서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다.

그런 점포는 권리금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나중에 쓸 카페 양도 이야기에서 나오겠지만 이 '권리금'이라는 것이 참 애매한 개념이다.


우리는 일단 매장을 계약하고 나서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커피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기로 했다.

어쩌면 이런 무모함 역시 혼자가 아닌 둘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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