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가 좀 이상하지만 일단 고!

본격 오픈 준비-인텐시브 코스로 커피와 장사 배우기

by 이명선

치킨집이 폐업하고 한동안 비어 있던 점포는 권리금이 없었지만 시멘트 벽과 바닥이 드러난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로 채워 넣어야 했다.

마침 동업자의 남편이 큰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개업의 큰 고비인 인테리어에서 안팎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남편들을 '투자자 님'이라 불렀는데 두 투자자 님들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지원해 주고 싶어 했고 우리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인테리어 기간으로 잡은 십여 일 동안 우리는 커피를 배우고 장사를 시작할 준비에 집중했다.

인테리어 기간 동안은 월세를 내지 않고 관리비만 내기로 했기 때문에 월세에 포함되지 않는 인테리어 기간을 원하는 만큼 길게 하기에는 미안했다.


카페를 차리려는 사람들은 보통 커피를 먼저 배운다. 사설 바리스타 학원이나 공설 교육센터 등에 개설된 코스를 수료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에 카페 오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이다.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속성 코스를 찾기로 했다.

우리 도시의 최대 다운타운인 4호선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카페를 찾아갔다.

평소 주부 대상의 커피 수업도 열리고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이었고 커피도 맛있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50대 사장님을 만나 상황을 이야기했다.

커피를 배운 적이 없으며 매장은 이미 계약해서 인테리어를 마치면 바로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얘들 뭐지?' 하는 속마음이 드러난 사장님의 표정이 기억난다.

우리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의 진정한 개념을 보여주던 터였다.


어쨌든 우리는 그 카페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오전 시간에는 이론 수업을 하고 오후 시간에는 매장에서 직접 일하며 경험하는 수업이다.

특화된 인텐시브 코스로 이론과 실제를 빠르게 배우고 실제 카페에 필요한 기본 레시피까지 받는 조건으로 수업료를 지불했다.

그런 경우는 정해진 수업료가 없다. 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몇십만 원일 수도, 몇 백만 원일 수도 있다. 양방 간 합의된 금액과 수업 내용이므로 지극히 내밀한 거래인 셈이다.


타이트하게 정해진 속성 훈련기간이 바쁘고 힘들어서 나는 신이 났다.

남편과 아이들이 회사와 학교로 가고 나도 집을 나서는 아침에는 한 십 년은 젊은 30대 커리어우먼이 된 것 같았다.


커피 원두에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있다거나 생두를 로스팅하기 전에 꼼꼼하게 결점두를 골라낸다거나 하는 이론 수업도 재미있었지만 실제 카페에 와서 주문하는 제각각 다른 손님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늘 메뉴판 앞에 서서 주문하며 바라보던 카페 주방과 내가 안에 서서 바라보는 포스 밖의 카페는 같은 공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부가 30평 남짓한 그 카페는 아침부터 밤까지 항상 바빴다.


어느 날 20대 초반의 직원이 말했다.


"손님들이 요즘 여기 왜 아줌마들이 있냐고 물어보시네요."


뭐, 그래서 어떻다고?

나는 발끈했지만, 늘 젊은 사람들이 일하던 카페에 갑자기 아줌마들이 보여서 그러시는 거라고 직원이 열심히 변명을 했다.


바닐라라떼는 그냥 라떼에 바닐라 시럽을 넣는 것이고, 카페모카는 그냥 라떼에 모카 시럽을 넣는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티머에서 와라락 쏟아지는 스팀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될 때쯤 우리의 카페는 본체를 다 갖추고 바닥 양생을 하니 출입을 금한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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