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날, 절대 비밀로 하세요
내 개업일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
내 인생의 첫 개업을 앞둔 분들에게 딱 하나만 팁을 드린다면, '내 개업일을 알리지 말라'이다.
왠지 개업일은 여기저기 알려서 소문을 내야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개업일은 기본적으로 바쁘다. 새로 오픈하는 곳을 구경할 겸 들어오는 손님이 많아서 바쁘고, 모든 게 처음이라 바쁘고,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안팎의 일들로 바쁘다. 그런 때에 친지나 친구들이 찾아온다면 고마운 마음만큼 잘 챙겨주기 힘들고, 축하의 마음을 잔뜩 안고 방문해 준 그들 역시 어떤 면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소위 '오픈 빨'이라는 개업 직후 손님 몰림 현상은 짧게는 두어 주에서 두어 달 이상도 간다.
어차피 내 개업을 축하하러 올 것이 분명한 사람들에게는 개업 당일을 알리지 말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따로 약속을 하는 게 좋다.
나도 새로운 공간과 업무가 어느 정도 눈과 손에 익고 신규 오픈 특수도 살짝 시들해질 때쯤 지인들이 찾아와 주면 나에게는 '힘든 일과 중간에 들이켜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같은 순간이 되고 당연히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개업일 아침에 흰 실을 잔뜩 묶은 북어대가리를 올려도 좋고 신부님을 모셔 축성 기도를 해도 좋지만 지인들을 초대하지는 말자.
나는 다시 개업을 한다 해도 바로 친구들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개업 당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북적이는 것보다 나의 개업에 미처 생각지 못한 점,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업무가 중요하다. 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들에게 집중하자.
메뉴 종류, 가격 정하기만큼 카페 영업시간도 중요한 결정 사항이다. 주거지나 오피스, 상점가 등 상권의 특성을 감안하고 주변에 다른 카페가 있으면 참고해서 정한다.
한번 정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같은 주력 메뉴 가격은 바꾸기가 좀 어렵지만 다른 사항들은 고정불변일 필요가 없으므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정한다.
영업을 하면서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개선해 갈 수 있다.
첫 카페의 개업이 다가올수록 슬슬 긴장되면서 걱정거리가 하나씩 늘었다.
마치 대학 입학시험날이 임박하는 것 같았다.
카페 교육 중에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지만 과연 내 주방의 포스 앞에서 실수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몇 천 원이지만 고객의 돈을 받고 파는 상품에 진심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 기간 동안 친해진 카페 직원에게 개업 후 며칠간 좀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우리 두 사람의 초보자 뒤에 경력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니까 말이다.
결론적으로 너무 잘한 일이었다. 개업날과 그 후 며칠은 도와주러 온 직원이 일을 다 해주었는데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정신없었다.
5시쯤 됐을 때는 온몸이 쑤시고 지치면서 '아, 이제 손님 좀 그만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하나씩 낀 상권이어서 3월 중순 학기초 개업을 목표로 했다.
학기초는 학부모들의 이런저런 모임이 많고 누군가 커피를 쏠 이벤트도 많다.
-어머, 우리 요번에 같은 반 됐네. 커피 한 번 마시자.
-우리 애 반장 됐어. 내가 커피 쏠게.
-우리 반 운영진 엄마들 한번 모이죠.
돈 버는 일을 하면서 이런 즐거운 만남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행복하다.
이것은 내가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일이 재미없어질 때 일부러 자꾸 했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