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보다 중요한 것

무엇을 파느냐 보다 누가, 누구에게 파느냐의 문제

by 이명선

내가 9년 이상 운영했던 동네 카페는 새드엔딩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대박'이 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를 기억하는 수많은 고객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내 인생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세월 속에 나름 성공한 카페였음은 분명하다. 비록 돈을 벌고자 시작한 가게가 아니었고 사업자 등록을 처음 낸 초보 사장이었지만 나와 동업자는 카페에 대해서는 소소한 것까지 항상 고민하고 공을 들였다.


여기 처음 어떤 카페에 들어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 그는 커피를 받아 마셔보기 전에 이미 여기에 또 올 것인지를 결정했을 수 있다.

손님이 낯선 카페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왔다는 것은 일단 그린라이트다. 커피를 기다리며 두리번거리거나 카페 안 공기를 느껴본 손님이 그린라이트를 유지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다.

똑같은 메뉴와 가격, 똑같은 사장님의 미소, 똑같은 매장 분위기에도 재방문할 마음이 생기는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이 있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상권 분석이라는 말은 다름 아닌 주요 고객층의 분석이다. 카페가 지식산업센터 건물들이 모여 있는 오피스 상권에 있는지, 지역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쇼핑과 외식이 집중된 상권에 있는지, 아름다운 환경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쉬어 가는 외곽 지역에 있는지에 따라 주요 고객층이 분류되고 그것을 토대로 영업 방식, 메뉴와 가격, 인테리어가 정해진다.

주변의 카페들이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적당히 맛있고 진한 3천원 미만의 아메리카노를 판매한다면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길이다.

내가 몸 담은 강물의 주류를 거스르지 않되 거기에 우리만의 특별함을 더해야만 기억에 남는다.



평소 행인이 많이 다니지 않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우리 카페의 주 고객층은 아파트 주민들과 인근 초중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주부들이었다.

손님 열 분 중 일곱 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카페 내부를 밝게 하고 하교하거나 학원에 오가는 학생들이 쉽게 내다보이는 통유리창을 달고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편안한 인테리어를 했다.

한쪽 벽면을 책꽂이로 짜고 그림책부터 자기계발서까지 다양한 책들을 채워 넣었다. 내가 읽고 싶지 않은 책은 꽂지 않았고 여러 경로로 구한 추천 도서를 구입하거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서가를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매장이 좁은 편이니 테이크아웃을 하면 가격 할인을 해 드렸다.

주변 학교나 어린이집 등의 단체 주문은 직접 가져다 드렸다. 운동회날 어머니들의 아이스음료를 운동장까지 가져다 드린 적도 있다.

학교 행사 날이면 일찌감치 매장 좌석 예약이 끝났고 카페 주변 아파트 정자 아래나 공원 벤치 등으로도 배달을 해 드리곤 했다.


인테리어 해 주신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리가 편하면 너무 오래 앉아 있기 때문에 적당히 불편해야 한다'라고 하시며 메인 좌석인 긴 나무 벤치를 디자인하셨는데 오픈 후에 벤치가 불편하다는 손님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앉는 부분에 인조가죽 시트를 씌우고 높이도 낮췄다.

그 후로 서너 시간 이상 앉아 계시다 가시는 분들이 많았으니 잘 고친 것이다.



우리와 같은 아파트 주민이거나 같은 학부모들이 오시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주방 안쪽에 앉아 있었다. 오다가다 카페 테이블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누설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했다.

우리 카페는 이어폰을 끼고 들어와서 카페인을 사서 나가는 손님보다는 여기에서 몇 시에 만날 약속을 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는 커피 맛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처음 카페 오픈 때 엄마 손을 잡고 와서 그림책을 보던 아기들이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아이스티를 마시고 간다.

그것은 우리 카페의 단골 고객들에게 내가 그냥 동네 카페 주인이 아닌 선배 엄마, 선배 주부로서 길가에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근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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