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페 새로 생겼어요!

단골손님 만들기 프로젝트

by 이명선

매장으로 걸려오는 전화 중에는 가게 마케팅과 홍보 대행에 대한 것이 꽤 많다. 블로그나 인스타 같은 SNS 홍보, 네이버 플레이스 같은 포털에 하는 홍보, 가끔은 유튜브 등 인플루언서 홍보를 제안하는 전화도 있다. 우리 카페는 아파트와 학교를 낀 동네 상권이었으므로 나는 그런 홍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멀리서 검색하고 오는 손님들도 좋지만 늘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잡아야 했다.

주차장을 향해 난 상가 뒤쪽에 카페를 오픈했으니 도로에 있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다. 사람들에게 여기에 카페가 새로 생겼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내가 그 동네에서 10년 이상 살고 있다는 것이 그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어쨌거나 내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상가 앞뒤에 세우는 키 큰 배너는 홍보의 기본이다. 요즘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디자인부터 출력, 배송까지 온라인 숍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 우리는 매장 입구에 직접 글씨를 쓴 칠판을 세워 놓기도 했다. 그때그때 자주 문구를 바꿔 어필했다. 매장에 들어오기 전에 혹은 그냥 지나가시다 칠판을 한참 읽어보는 손님도 있다.


개업 이벤트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머그 증정 행사를 했다. 매장에서 쓸 흰색의 깔끔한 머그를 구입하면서 만 오천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매장과 똑같은 머그를 선물하였다. 기왕이면 머그 바닥에 made in Korea라고 쓰여 있고 주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이름이 새겨진 상품으로 선택했다.

그 머그를 식구 수대로 모으려고 매일 오신 분도 계셨는데 그건 생각지 못한 효과였다. 그분도 몇 년 후 이사 가시기 전까지 단골이 돼 주셨다.


우리 상가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있었는데 늘 손님이 많았다. 온라인 리뷰나 평점도 좋아서 제법 먼 곳에서도 차를 타고 한 번씩 와 보는 식당과 같은 상가에 있는 것은 행운이다. 우리는 사장님을 찾아가 그 식당의 당일 영수증을 가져오시는 분들께 아메리카노 500원 할인을 해 드리는 오픈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포스터도 한 장 정성껏 꾸며서 포스 앞쪽에 붙여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 식당으로서는 그다지 손해가 있을 게 없고 우리는 맛집의 기존 고객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으니 좋았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식사 후에 영수증을 들고 뒤쪽의 우리 카페로 오셨다. 처음에 그냥 오셨다가 다시 영수증을 받으러 다녀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처음엔 한 달 정도 짧게 하려던 이웃 맛집 영수증 할인 이벤트는 우리 카페가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몇 개월간 계속하였다. 행사를 종료한 후에도 꽤 오랫동안 '여기 00 식당 영수증 가져오면 할인해 주죠?' 하는 분들이 계셔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거의 모든 포스에서 가게 매출과 운영에 대한 다양한 분석 리포트를 아무 때나 눌러볼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린 메뉴는 무엇인지, 어떤 요일에 가장 손님이 없는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가장 매출이 높은지, 손님들은 어떤 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평균 객단가는 얼마였는지 등등 포스기 하나만 눌러보며 놀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 카페는 월요일에 가장 손님이 적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우리의 주 고객인 주부의 특성상 주말 동안 온 가족이 머무르며 늘어놓은 집 안팎을 청소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주부님들도 좀 쉬고 주말에 못 한 다른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게 바로 월요일인 듯했다.

그래서 월요일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월요 할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매주 월요일에 하나씩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에 맞는 고객들에게는 할인을 해 드리는 것이었다. 색다르고 특별하지만 나나 손님이나 재미로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생각을 짜냈다.

예를 들어, 입가에 점이 있는 고객들께 500원 할인, 이름의 영문 이니셜에 'M'이 들어가는 고객들께 500원 할인, 어그 부츠를 신고 오신 고객들께 500원 할인, 혼자 아닌 커플(꼭 사귄다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두 사람을 의미)로 오신 고객들께 500원 할인 같은 것이다. '입가의 점'이라는 게 애매한 기준이라서 만약 고객이 볼에 난 점을 보여주며 이건 입가 아니냐고 하시면 또 그런대로 함께 웃으며 할인을 해 드리곤 하는 재미가 있었다.

놀랍게도 아이디어가 고갈된 적은 없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소소한 조건은 무한하게 설정할 수 있다.


구입 적립금이나 쿠폰 도장 찍기, 선결제 추가 적립 등도 병행했다. 포스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주문금액의 몇 퍼센트를 자동 적립하는 디지털 방식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아날로그적으로 종이쿠폰에 하나하나 도장을 찍어 모으는 방식을 좋아하는 분도 있어서 둘 다 했다. 선결제로 만원 이상 하시면 10퍼센트를 더 넣어드리는 방법도 인기가 있었다. 어차피 자주 이용할 분들은 3만원, 5만원씩 먼저 결제를 하고 아무 때나 지갑 없이 와서 음료를 사 가곤 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분들 중 커피를 자주 드시는 분이나 같은 상가에서 일하시는 분들 등이 이용하셨다. 선결제를 선물로 이용하시기도 했다. 태권도장 관장님께 3만원,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5만원 이런 식이다.

시간처럼 빨리 가는 게 없다고 우리가 카페를 오픈하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과 취향이 익혀지는 단골손님들이 한둘 늘었다.

단골의 힘은 전무후무의 불행인 코로나19 시대에 그야말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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