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7. 눈물을 감춰요

클라이맥스에서 울기

by 이명선

동기가 쓴 단막극 대본에 대한 합평 수업이 계속된다. 종강일까지 계속되는 일정이다.

개론반 학생 모두는 6개월의 수업 동안 선생님과 동기들로부터 최소 세 번의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숙제를 제때 냈다면 말이다.


주인공이 누구인가?

주인공에 대한 집착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 대본에서, 나는 두 인물이 적당히 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시점이 흔들린다'고 지적하셨다.

여러 주인공이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드라마는 꽤 많다. 그러나 습작 단계에서는 - 특히 단막극에서는 - 무조건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춰 그 한 명의 이야기로 기승전결을 끌고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선생님은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주인공이라고 늘 강조한다. 긴박한 플롯, 신비로운 세계관, 박수를 치는 대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주인공이며 그 주인공은 대본 안에서 언제나 하이라이트를 받아야 한다.

주인공이 반드시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빌런일지라도 시청자가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면 된다. <조커>의 아서와 <스타워즈> 프리퀄의 아나킨이 좋은 예다.


주인공에게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장면과 인물은 시청자도 볼 필요가 없다. 우리들의 대본에서 그런 씬은 모두 삭제, 삭제! 를 외치는 합평 시간이었다.

나의 초고도 부부가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져 반려견을 찾으러 다니는 내용이었지만 시선이 분산된다는 지적에 아내의 시점으로 통일하고 남편은 아내와 만날 때만 등장하도록 바꾸니 좀 나은 것 같다.


콜드 오프닝

아무런 설명이나 준비 없이, 시청자를 첫 씬부터 무작정 사건의 한가운데로 던져버리는 기법이다. 긴박감과 호기심을 유발하므로 범죄 사건 현장부터 보여주기, 추격씬으로 시작하기 등을 통해 스릴러 장르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장르에서도 관객의 시선 끌기에 유용하다.

내 대본의 경우도 개를 입양하는 시작점부터 차근차근 보여주기보다 첫 장면부터 '개를 잃어버렸다'로 시작하면 긴장도와 관심도가 올라간다.


클라이맥스에서 터뜨리기

참고 버티고 또 버티던 주인공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원래 눈물이 많은 주인공의 오열은 그만큼의 감동을 주지 않는다. 관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순간을 같이 했기 때문에 눈물 자체가 아닌 눈물을 참은 시간에서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같은 원리일까? 소년의 거짓말이 반복되면서 그 말에 무뎌지고 신뢰를 잃어버렸듯 잦은 눈물에 관객이 둔해지고 마침내 거대한 오열이 터져도 크게 흔들지 못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클라이맥스를 위해 차근히 쌓아가는 주인공의 감정이 필수적이고 보는 사람이 그 감정에 공감했을 때 성공한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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