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연습의 중요성
매주 드라마 작가 수업을 들으면서 도서관에서 작법서를 빌려서 읽고 현직 작가들의 sns 피드나 채널을 틈틈이 찾아본다.
선배 작가들이 지망생에게 공통적으로 권유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는 '무조건 많이 써 봐야 한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잘하기 위한 기본은 많은 연습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운전을 시작한 딸에게 '시간이 되는 대로 짧게라도 자주, 많이 해 보라'고 얘기했다.
글쓰기도 그렇다. '많이 쓰기'는 참으로 뻔해서 어이가 없는 팁인 동시에 막상 실천하기가 꽤 힘든 노하우다.
많이 해도 늘지 않는 기술은 있겠지만 많이 하지도 않는데 저절로 느는 기술은 없다.
이에 관해 '도자기 수업'을 예로 든 유명한 일화가 있다.
도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두 그룹을 나누고 한 그룹에게는 '최고의 작품 단 하나'를 만들라는 미션을, 다른 그룹에는 '최대한 많은 작품'을 만들라는 미션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가장 훌륭한 작품은 많은 작품을 낸 그룹에서 나왔다. 도자기를 빚으면 빚을수록 실력이 늘 것은 뻔하다. 연습하는 만큼 속도는 빨라지고 기술은 정교해지고 시행착오라는 데이터도 쌓인다.
백마 탄 왕자는 나 자신
"심청의 목숨을 구해 준 용왕님도, 신데렐라를 현실을 바꿔 준 왕자님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어야 한다. 이제는 내가 곧 용왕이고 백마 탄 왕자여야 한다."
이번 수업에서 선생님은 현대 드라마의 시류를 이렇게 정의했다. 우연과 구원을 기다리며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다리로 버티고 일어서서 나를 가두는 장막을 찢고 나가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애인이나 가족 같이 타인의 영향을 받아 변하는 인물을 일부러 그리지 말아 보라고 했다. 자기 내면의 거울을 보고 요동치는 감정의 힘으로 일어서는 주인공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혼자 일어설 줄 아는 주인공이라면 남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설지 말지를 택할 수 있을 테니까!
기억난다.
나는 초보 주부일 때, 퇴근하는 남편과 먹을 2인분의 저녁 식사 준비를 세 시간 전부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감자 한 개를 썰 때도 도마와 칼을 세팅하고 감자칼로 살금살금 껍질을 깎고 알몸이 된 감자를 깨끗이 씻고 원하는 모양과 사이즈로 또각또각 써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큰 감자칼로 작은 알감자를 빠르고 안전하게 벗겨내는 기술자다.
어쩌면 드라마와 나는 신혼이다.
언제까지 몇 편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지만 커서가 반짝이는 백지 모니터 앞에서 감자칼을 마음대로 놀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습은 곧 시간이기도 하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드라마 공부에 들인 시간을 긁어모아 저울에 올려본다.
내 인생의 모든 시간을, 저 앞에서 졸고 있는 반려견 군밤이의 털 개수라고 상상해 본다. 주부로서 주방에서 보낸 시간을 세면 군밤이 한쪽 다리털만큼은 되겠지만 글쓰기에 바친 시간은 입가에 삐죽삐죽한 수염 몇 꼬집 밖에는 안 될 것 같다.
이 삐죽삐죽한 시간들의 축적이 나에게 어떤 씬을 엮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