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조율, 어디까지?

Cluster Role의 숙명

by 정대표

여러 나라, 그리고 여러 부서와 일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Cluster Role은 업무 조율이 업무의 반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도 업무 조율 관련 일화가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경쟁사 트레이닝을 SM (Sales Management) 팀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음 주 트레이닝을 앞두고 뒤늦게 SM팀 보스 그리고 그 보스의 보스로부터 떨어지는 지시가 있어 피곤했다. 이런 지시가 업무 진행을 더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트레이닝에서 소화해야 할 양이 많으니 Pre-read를 참석자에게 주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굉장히 좋은 의견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Pre-read에 담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내 입장에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설명이 더 필요한 Sales Argumentation은 트레이닝에서 다뤄야 하니 경쟁사 정보가 Pre-read에 담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부서에서 커버할 양은 줄고 SM에서 커버할 양은 많아진다. 일의 근본을 생각할 때 그 두 개가 밸런스가 맞아야 하지만, 저기 위에서 높은 사람이 지시하는 걸 무시할 수는 없으니, SM 쪽으로 기우는 트레이닝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면 잡일, 즉 일정 조율 같은 일은 내가 다 하고 정작 트레이닝은 다른 쪽에서 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원론적으로는 내 보스의 보스에게 말해 윗 선에서 업무 조율이 이루어지게끔 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내 보스와 그 보스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적어도 Country Level에서는 Sales에 더 힘을 실어준다. 마케팅에 힘이 실려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SM 쪽에서 내려오는 요구를, 그것도 Managing Director급에서 오는 걸 매니저인 내가 내쳐버릴 수 없다. 이런 형편이니 SM팀 소속으로 나랑 일하는 S도 ‘이건 하고 말고를 결정할게 아니라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 일이다’고 하더라. 건방진 놈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논리는 회사에서도 통한다. 여기서 정말 내 회사인양 열정을 가지고 달려들면 곤란하다. 난 회사 주인이 아니다. 난 일개 직원, 수많은 매니저 중 한 명일 뿐이다. 내가 옳다고 열정을 가지고 업무 조율한다고 덤벼봐야 자칫하면 윗사람에게 찍혀 회사 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젠 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더 고집을 피우지 않았고, 대신 S에게 일을 더 주었다. 나의 스탠스는 일관적이다. 나는 직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오버하지는 말자.



이번에도 그랬다. ‘OK. Then you should find recourses to help you, and take care of it yourself. I am just hel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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