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네가 다 하세요

일의 경계, 그 모호함

by 정대표

2주 후면 내가 리드하고 있는 경쟁사 트레이닝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포함한 4개국에 진행하게 된다. Sales Management 팀 (이하 SM팀)과 같이 일하고 있는데, 그 팀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 경력이 몇 년 되지 않는, 그리고 세일즈 경험이 없는 직원이라 조금 문제다. 똑똑한 친구이긴 하나, 세일즈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세일즈 피치를 고객 앞에서 한 번도 해 본 경험이 없다. 이런 직원이 과연 제대로 된 경쟁사 트레이닝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처음부터 좀 의문이었다.



세일즈 경력이 없는 직원이 경쟁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고 고객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 세일즈가 듣고나 있겠는가. 당연히 메시지에 힘이 실릴 수 없다. 그런 한계를 알기 때문에 일이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 직원에게 세일즈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가이드를 주기도 하고 엄밀히 따지면 SM 팀에서 해야 할 비즈니스 케이스 정리나 Commercial Condition 정리도 내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 본인의 보스가 지시했다고 하면서 이제 비즈니스 케이스 정리를 Take over 하여 본인이 진행하겠다고 한다. 속으로 ‘네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것도 본인이 할 자신이 없는 Commercial Condition은 쏙 빼고 말이다. 이미 8개가 넘는 케이스를 내가 다 받은 건 물론이고 이 케이스를 어떻게 트레이닝에 활용할지 이미 각 나라와 합의도 끝냈다. 그런데 그걸 이제 와서 본인이 진행하겠다고?



황당하긴 해서 순간 멈칫했지만,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 ‘그래 네가 해. 대신 아직 정리하지 못한 케이스 2개 네가 정리해라 그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미 정리한 케이스는 손대지 말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본인이 하겠다고 나선 비즈니스 케이스 정리가 그게 세일즈 경력이 없는 사람이 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비즈니스 케이스는 그냥 있었던 일을 적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일즈 프로세스 상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 알아야 하고 세일즈 프로세스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모호함과 돌발 변수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잘 됐다고도 생각했다. 어떻게 정리할까 나도 고민하고 있었고, 안 그래도 트레이닝 구조와 진행에 더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그걸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아울러 본인이 어려워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Commercial Condition도 보강하라고 반 정도는 지시에 가깝게 이야기를 건넸다. 일을 더 떠넘긴 셈이다. 곱게 넘겨줄 수는 없지. 후후.



그런데 참 안타깝다. 부서 간 경계가 모호한 지점은 늘 존재하고 일하다 보면 어느 정도 오버랩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무 자르듯이 딱 경계가 나눠지겠는가? Competitive Intelligence 담당하는 내가 비즈니스 케이스 정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또는 SM 팀이 보다 나은 경쟁사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 경쟁사 정보를 수집하는 게 이상한 일인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걸, 트레이닝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굳이 다른 사람이 다 해놓은 걸 홀라당 등쳐먹겠다고 달려드는 걸 곱게 넘어가기는 어렵다.



매니저와 이런 상황을 공유하니 역시 나와 생각이 같았다. 매니저 왈,

















“If they want to work, let them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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