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산다

공부가 싫었어요

by 정대표

내 매니저 A는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는다. A가 하는 일, 즉 직무로 보면 전문가이지만, 우리 회사가 속한 업계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 관련한 지식은 나보다 많을 수는 없다. 그러나 콜을 거듭할수록 생각보다는 많은 지식을 A가 습득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오늘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아채게 되었다. 최근에 같이 업무를 하게 된 분야에 대해서는 나보다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오늘 콜에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우리 둘 모두 백지에서 시작한 것이고, 내가 조금 더 늦게 관여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차이가 나기는 어렵다. 나는 내가 모은 정보를 가공할 능력이 없는 반면 A는 모아진 정보를 가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자료를 만드는 수준까지는 올라갔던 것이다. 사실 조금 놀랐다. 나도 배우는 건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와 A가 차이나는 부분은 어떤 것일지 한 번 생각해보니, 학습 능력 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A가 엄청난 학습 능력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학습을 게을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해서 나를 돌이켜 보면 내가 학습을 못했다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 학업 성적은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암기하는 건 질색을 했더랬다. 암기를 해야 할 때가 있으면 지독하게 파고드는 대신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쪽을 택했다. 이런 습관이 대학까지 이어졌는데, 막상 석박사를 하려니 학습량이 많아 세세하게 공부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대학 졸업 무렵 여러 가지 여건 상 공부를 더 해 석박사를 하는 게 좋았는데 포기했다. 학창 시절 받았던 학업 스트레스, 그리고 선택한 과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지만, 끈기를 가지고 앉아 공부해야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게 더 큰 이유였다. 그 후 공부가 싫어 석박사를 포기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다른 학과를 선택해 편입 시험을 준비했었던 것이다. 나 자신도 속이려 한 셈이다.



이런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책을 읽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한 많은 정보를 세세하게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독서가 의미가 있는데, 나는 예전 습관대로 훑어보기에 바빠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게 없었다. 책은 읽어야겠고, 공부 습관은 배어있지 않고, 간혹 책을 들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 후 다행히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내 학습 습관을 바꿔야 할 거 같다. 경험은 충분하지만,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다음 주에 각 마켓의 마케팅 디렉터들 앞에서 1시간 발표가 있다. 이미 자료는 만들어두었지만, 세세하게 발표를 할 만큼, 질문에 답할 만큼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



이 때문에 내 공부 의지를 자극해줄 무엇인가 없나 싶어 자료를 찾아보았다. 내 정곡을 찌르는 거 같아 마음에 들어 소개한다. 첫 번째로, 꼭 어떤 것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묻기보다 그것을 배우면 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학습의 목표와 동기를 만드는 질문이다. 부끄럽지만 공부를 포기할 때 늘 ‘에이 이거 꼭 해야 하나? 안 해도 되잖아?’라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이야기했었더랬다. 배우면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또 이미 많이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동료와 비교해 내가 정말 많이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점검해보는 것이다. 학교에 있다면 시험이라는 게 있어 상대적이나마 내 위치를 파악하기 수월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점검해 보는 게 좋겠다. 지나친 경쟁은 금물이지만, 내 스스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왜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라 기술적인 내용에는 도통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라고 스스로 한계를 긋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기술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하면 흥미를 느낀다. 그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에서도 내가 모르는 것을 잘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려고 노력하면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내 분야에서만큼은 경험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공부하는 데 게을리했다. 경험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계기를 통해 더 늦지 않은 타이밍에 더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거,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 너무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려 했다.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내 경험을 빛내줄 지식을 지금부터라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 더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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