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언더파를 기록하다

더플레이어스 GC

by 정대표

날도 좋은 9월, 한국 라운드 마지막 일정으로 춘천에 있는 더플레이어스 GC를 난생처음 방문하였습니다. 27홀 구장으로 저는 밸리와 레이크 코스를 돌았습니다. 원래 레이크 코스 먼저 돌기로 되어 있었으나 대기가 발생한다고 해서 후반에 돌아야 할 밸리 코스를 먼저 돌게 되었네요.


첫 홀, 꽤 긴 파 4입니다. 티샷 우측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240야드 정도는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핀까지 175야드 이상이 남았다네요. 6번을 들었습니다. 엇, 살짝 얇게 맞아 낮은 탄도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방향은 좋네요. 그린에 올라가니 홀 한 뼘에 붙었습니다. 가볍게 탭인 버디. 3번째 홀과 4번째 홀은 3 퍼트 하나, 그리고 벙커샷 후 2 퍼트, 보기로 마무리합니다. 5번째 홀은 파 5입니다. 살짝 오르막으로 기억하는데, 세 번째 샷을 90야드 남기고 58도 풀 샷을 합니다. 아, 이건 탭인 버디가 아니라 이글이 아까울 정도로 홀에 공이 붙어있네요. 한 바퀴만 더 굴렀으면 이글 할 뻔했습니다. 다음 홀은 파 4, 다소 짧습니다. 티샷을 하고 나니 70야드가 남았네요. 게다가 앞핀, 일단 그린에 올리자는 심정으로 두 번째 샷을 합니다. 홀 바로 옆에 떨어져 조금 굴러 내리막 4미터 퍼트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라인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홀 왼쪽 끝을 보고 태워봅니다. 또 버디. 6번 홀까지 버디 3개로 파보다 많네요. 7~9번은 무난히 파로 지나가, 후반을 1 언더 스코어로 맞이합니다.



후반 첫 홀, 티샷은 좋았으나 두 번째 샷이 좀 아쉽네요. 그래도 투 퍼트는 가능했는데 라베를 의식했나 봅니다. 첫 퍼트가 짧아 두 번째 쓰리 퍼트를 합니다. 보기. 하지만 후반 2~3번 무난히 파로 지나가 후반 4번 홀을 맞이합니다. 티샷은 괜찮았는데 왼쪽 핀이라 그린 한가운데로 공략했더니 핀과 20미터 거리 그린에 올라갑니다. 거리만 맞추자는 심정으로 퍼트를 합니다. 홀 50센티 전에 급격히 홀 쪽으로 돌더니 빨려 들어갑니다. 이런 게 하나 나와줘야 라베를 하는 거죠. 라베를 이제부터 본격 의식합니다.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합니다만, 무난하게 후반 5번과 6번 파로 지나갑니다. 여기까지 1 언더.



7~9번 홀이 살짝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캐디가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티샷, 우측으로 밀립니다. 해저드 위기라 생각했는데, 어디를 맞고 나온 건지 볼이 튕겨서 페어웨이로 들어옵니다. ㅎㅎㅎ 정말 되는 날이네요. 한 타 벌었습니다. 두번 째 샷을 무난히 붙여 파. 그리고 후반 8번도 파로 지나갑니다. 이제 75 타였던 제 라베는 확실하고 언더를 치느냐 아니냐로 넘어갑니다. 파 5는 까다로운 홀이네요. 그린이 아이랜드 형이면서 우측 도그레그로 봐야 하는 홀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티샷을 합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샷에 집중하기로요. 티샷 좋습니다. 페어에 이 한가운데. 여기서 그린을 직접 노려 투 온을 시도한다면 180미터 이상 보내야 한다 합니다. 그럴 필요가 있나요. 끊어 가기로 하고 7번으로 핀 90야드 지점까지 보냅니다. 아주 좋아하는 거리가 남았습니다. 58도 풀 스윙하면 도달하는 거리네요. 이게 그린에 올라가면 이븐은 확실하고 언더 가능합니다. 굿 샷, 핀 4미터 정도에 붙습니다. 언더파 거의 확정. 편히 퍼트를 합니다. 라인이 거의 없네요. 부담 없이 퍼트 한 게 바로 홀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후반, 버디 둘, 보기 하나, 1 언더로 마무리해서 총 2 언더, 생에 베스트 스코어이자 첫 언더파를 기록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행운이 따랐습니다. 첫 홀 버디, 그리고 후반 7번 티샷이 페어웨이로 들어온 게 그렇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기 3개, 버디 5개로 2 언더를 친 건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이 드는 스코어입니다. 특히 아이언이 좋았는데, 벙커에 들어 간 2홀을 제외하고 16홀에서 그린에 파온을 했습니다. GIR이 88.9%였네요. 쓰리 퍼트가 2개 있었지만 1 퍼트로 마무리한 홀이 버디 한 홀 5홀 포함 6홀, 퍼트 수도 32개로 준수했습니다.



골프에서 가진 가장 큰 숙제를 풀었네요. 올해 75타로 기존 라베 78타를 깬 지 수개월 만에 또 5타를 줄여 70타를 기록하니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수년 뒤에나 이룰 수 있는 그런, 멀리 있는 꿈같은 거라 생각해 오늘 라운드 전에 언더파를 쳐야겠다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 홀 한 홀, 더 작게는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물론 언더파 혹은 라베를 의식하면서 위기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샷에 집중하다 보면 스코어는 따라올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라운드 했을 뿐인데 꿈에 그리던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니 너무 행복하고 뿌듯하네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이제 원래 살던 싱가포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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