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 My New Chapter

by 정대표

직장 생활 10년도 채 안됐을 때 이야기입니다. 용감하게도 인사팀 전무님에게 찾아가서 제 커리어 플랜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계획 안에 아시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나만 잘하면 마흔이 되기 전에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여러 글에서 언급했듯이 흔히 말하는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인에게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을 맡기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요. 특히나 제가 몸담고 있던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는 중국인 혹은 인도인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린 건 아니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문득 그런 기회가 찾아오고, 이제 막 시작을 하려는 순간에 오니, ‘아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지’란 생각을 새삼하게 되네요. 사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이 몇 개 있긴 했습니다. 명문대 입학이나 장교 복무 같은 것들이지요.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그 두 가지를 이뤘습니다. 아시아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역시 비슷한 맥락 같네요.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너무 멀리 있었지만, 그냥 잊지 않고 길을 걷다 보니 그곳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사람마다 사는 모습이 각각이고,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는 것 역시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은 이런 식인가 봅니다. 무언가 막연히 생각했던 일이 이뤄지는 그런 인생인 것 같네요. 무엇을 해야겠다고 치열하게 몰아붙이기보다, 생각했던 무엇인가를 천천히 이뤄가는 그런 삶 말입니다. 지금도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10년 뒤 제 삶의 모습이 있긴 합니다. 그것 역시 이뤄어질는지 궁금하네요. 몰아치기를 하기보다 지금 제가 가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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