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예전부터 되뇌었던 말이다. 직무를 바꿀 때마다, 인더스트리를 옮길 때마다,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을 실감하곤 했다.
뜻하던 바가 있어 엔지니어에서 경영 관리로 옮겼을 때, 불과 수개월만에 내가 잘못된 부서에 와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전공과 맞닿아있던 화학 업계를 떠나 메디칼 디바이스 회사로 옮겼을 때도 몇 번이고 후회를 했고, 심지어 이직 후 3개월도 안 돼 이직 시도까지 했었을 정도로 힘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시도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 눈에는 무모한 시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걸 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잘 굴러가는 듯했던 일들이 조금씩 삐그덕 거리는 게 느껴지니 벌써 불안하다. 주변에서 많이들 말해줬다. '불안할 거다', '순간순간 괴로울 거다', '하게 되는 고민의 깊이가 다를 거다' 등등. 하지만 난 또 외면하고 창업을 택했다. 아니나 다를까, 막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불안하다.
내가 하려는 일이 잘 되지 않을 거 같아 그런 건 아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지금까지 잘 돌아가고 있던 바퀴가 조금씩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포장 도로를 느릿한 속도로 지나고 있는 달구지 위에 걸터앉아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거기에 말로 할 수 없는 압박감조차 느껴진다. 단지, 아주 조금,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일 뿐인데도 그렇다.
아마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수많은 좌절을 겪었으나, 결국에는 별일 아니었던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창업의 무게가 아무리 중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일 뿐이다. 나는 이 불안을 또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미 오른발을 내디뎠다. 다음에 할 일은 왼발을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