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는 투자를 받기보다 창업자인 나와 동료의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었다. 기술 보증이나 신용 보증에서 2~3억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상 알아보니 극초기 스타트업에게는 1억 안팎의 자금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내 돈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으나, 내 아이디어를 검증받자는 차원에서라도 시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하기로 했다.
먼저 VC를 하는 지인들을 찾아갔다. 내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조언을 구했다. 다행히(?) 시드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는 후배 K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안면도 있고, 서로 어릴 적 좋은 추억이 있는 후배라 미팅을 잡기가 수월했다. 먼저 줌 콜로 전반적인 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했는데, 또 다행히(?) 이 후배가 내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보였다. '어라?' 이거 잘하면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받고자 하는 자금으로는 K가 운영하는 펀드로는 부족해 매치 펀드를 본인이 찾아준다며, 발 벗고 나섰다. 이와 동시에 나는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예전에 창업 경험이 있는 지인을 찾아 또 다른 VC와 미팅을 잡아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팀의 미팅이 잡혔고, 비즈니스 자료를 전달했다. 본사가 소재한 곳 지역 기업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 인맥을 통해 한 회사 대표를 찾아가 간단히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비즈니스 자료 역시 공유를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지인을 통해 알아보다 보니 미팅이 가능한 투자자가 얼추 15개 기관 정도 나오게 됐다.
이 정도면 시드 자금을 받기 위한 투자자 풀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한다. 더 다행인 건 K가 미팅을 한 매치 펀드 중 한 곳이 일단 투자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갈 단계가 많이 남았고, 돈이 들어올 때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나, 일단은 내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제 남은 건 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더 샤프하게 다듬는 것이다. 앞으로 미팅을 성사시켜 투자 확답을 받고 싶은 VC도 하나 있는데, 거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투자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로' 날카롭게 자료를 다듬어야만 한다.
이 와중에 극초기 기술은 구현에 성공해 특허도 내는 데 성공해 우리 팀 모두가 고무되어 있다. 비즈니스를 할 능력뿐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기술력이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 매우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특허 하나를 냈음에도 비즈니스 자료의 신뢰성이 높아지면서도 비즈니스 실현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는 느낌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다.
물론, 이제 아주 작은 모래 무덤 하나 넘었을 뿐이다. 오늘도 기술 미팅을 했는데,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닐뿐더러 이미 경험이 있는 일이다 보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시작이 좋고, 팀 사기가 올라가고 있으니,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응축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드 펀드도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잘' 받도록 해볼 생각이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다. 결과가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떻게든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