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소개로 많은 VC를 만나고 있다. 우리 회사 소개 자료를 검토한 곳만 30여 군데, 미팅은 최소 10군데 이상이 잡혀서 이대로라면 시드를 받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다. 이미 투자를 하기로 한 곳이 한 군데 있고, 그 외에도 서너 군데가 아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VC를 만나다 보니 느낀 바가 있어 몇 가지 적어본다.
1. 같은 비즈니스를 보더라도 VC마다 시각이 다르다. 극초기 회사 딥테크 쪽을 주로 보는 A사 같은 경우 우리 회사는 너무 Operational 하다며, 이렇게 해서는 기술적 혜자를 만들기 어려울뿐더러 J 커브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반면 초기를 보기는 하지만,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B사는 빠른 손익 분기 실현하겠다는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플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 회사와 맞는 VC를 찾는 과정일 뿐, 거절을 당했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2. 펀딩도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열심히 VC를 만나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발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상황에 어떤 VC가 맞을지 스타트업계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VC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VC 생태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3.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회사 비전이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 또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이런 비전과 관련된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여기에는 맞고 틀리고 가 없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가진 것을 토대로 우리 회사가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지 명확한 비전을 가지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비전을 VC 투자자에게 팔고, 이 비전을 고객에게 팔고, 또 채용할 직원에게 팔아야만 하는 게 할 일이 된다.
본격적인 라운드를 돌기 시작한 게이 제 두어 달인데 성과가 눈에 보여 마음이 가벼우면서도, 여러 투자자로부터 들은 피드백 때문에 내 머릿속은 늘 분주하다. 수많은 피드백을 걸러 내가 하려는 일을 더 뾰족하게 만들어 날카로운 비전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힘들지 않아 다행이다. 너무 재미있고, 이럴 때마다 창업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