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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한 유럽 여행기

by 정대표

1년 전부터 준비한 유럽 여행을 최근에 다녀와 기록 차원에서 몇 가지 인상을 남겨두려 한다.


해가 길었다. 아무리 섬머 타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밤 10시가 돼야 해가 진다는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정말 일몰 시간은 밤 10시 가까이 됐고, 해가 지고도 노을이 상당 시간 계속되어 밤 11시가 넘어도 깜깜해지지 않았다. 또 해는 얼마나 빨리 뜨는지 새벽 5시 전부터 밝아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방문했던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파리 등 지역은 북위 50도 안팎에 위치에 여름엔 낮이 한국보다 훨씬 길고 겨울은 낮이 훨씬 짧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갔던 지역은 20여 년 전에 배낭여행으로 갔던 곳이다. 그때 인상은 사람들이 대체로 불친절했고, 물가는 넘사벽으로 비쌌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 음식은 거의 먹기 힘들어 그 시절에는 파리에서 중국 음식점을 찾아 ‘볶음밥’을 한식 대체제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간 지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했다고 느꼈고, 파리에는 적어도 싱가포르보다는 맛이 좋은 한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물가는 비싸긴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 많이 컸다. 내 눈으로 보는 아이들과 사진으로 보는 아이들 모습은 차이가 컸다. 분명 내 눈으로는 아기로 보이는 데 사진을 찍어서 보면 여자 티가 물씬 풍기는 게 보인다. 곧 2차 성장기가 오면 확 바뀔 아이들 모습일 살짝이지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거의 매일 최소 15000보 이상 걷거나 차로 한두 시간씩 이동하는 일정인데도 찡찡 거리는 모습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풍경이 많이 다른 곳에 가서 그런지 그동안 받았던 압박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소위 기분 전환이 많이 됐다고 느꼈다. 최근 3년 간 참 많은 곳을 다녔지만, 주로 아시아 지역을 다니다 보니 서울과 같은 대도시 아니면 동남아 휴양지였다. 하지만 유럽은 달랐다. 사람들 모습은 그렇게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풍경은 당연히 너무 달랐다. 특히 파리는 왜 사람들이 파리를 낭만의 도시라고 하는지 느끼기에 충분했다. 파리 시내 어디를 쳐다봐도 그림을 그릴 법한,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찍고 싶은 풍경이었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좀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긴장 상태에서 철저한 대비를 한 상태에서 여행을 다녔다. 트렁크는 숙소에서도 차 트렁크에서도 늘 잘리지 않는 줄에 묶어 뒀고, 휴대폰은 소매치기 방지 가방에 묶어 다녔다. 막상 다녀보니 너무 긴장했나 싶기는 하지만, 실제로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소매치기 도구로 보이는 뭔가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나서는 소문이 그냥 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 모든 걸 종합해 볼 때, 아이들과 다시 유럽에 가고 싶냐고 하면 주저 없이 '예스'다. 아이들이 평소 경험할 수 없는 다른 대륙의 풍경과 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싱가포르의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노르망디의 12~3도 쌀쌀한 날씨를 오히려 더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대학에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유럽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에는 2~3달 한 곳에 머물면서 유럽의 일상을 천천히 경험하고, 아이들과 더 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보낸 이번 유럽 여행은 100% 만족스러웠고,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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