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딜이 떨어졌다. 실망스러웠다. 스타트업을 하면 이런 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겪으니 허탈했다. 운 좋게 단번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케이스가 아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 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그래도 오래 좌절하지는 않았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서 단련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는 빨리 회복됐다.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렸을 때 회사를 생각하며 일어났던 그 습관이 이런 순간에도 작동하는 것 같다. 몸이 건강하니 마음의 회복력도 따라온다. 젊었을 때는 정신력으로 버텼다면, 중년의 회복력은 육체적 건강에서 나온다는 걸 체감한다.
무산된 딜을 복기해보니 설득력이 부족했다. 우리 기술이 왜 차별화되는지, 시장에 왜 필요한지 더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 다음번엔 더 구체적인 데이터와 레퍼런스로 준비해야겠다. 실패에서 빨리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게 회복력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 욕망도 다시 점검하게 됐다. 왜 이 일을 하는가? 단순히 성공하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아니면 남들이 해보지 않은 문제를 풀고 싶어서? 답은 명확하다. 나는 아직 아무도 제대로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하는 게 좋다. 설령 그게 당장 큰 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남들이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의 연속이다. 어떤 날은 운이 따라주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실망했을 때 얼마나 빨리 일어서느냐가 아니라, 그냥 다음 날도 출근해서 또 한 발 나아가느냐다. 극적인 반전 같은 건 없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내가 하던 일을 하면 된다. 회복력은 거창한 게 아니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속도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음 날 또 출근하는 그 담담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