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체에 집중을 해야...
직장 초년생 시절, 나름대로는 초고속 승진을 해 직장 생활 만 4년 만에 과장이 되는 영광(?)을 안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부서장이신 상무님이 ‘원래 깜작가 승진 빨리 시키려고 했다’면서 나를 추켜세우셨다. 난, 가만히 있어도 쭉쭉 승진해 이른 나이에 임원도 되고 어쩌면 사장도 될 줄 알았다. 그 후 나는 순수하게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해야 할까를 고민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역시나, 잘 나가는 사람이 되기는커녕 새로 맡은 사업도 시원하게 말아먹고, 내 후배가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난 왜 그랬을까?
최근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도 시끄럽지만, 21대 국회의원 선거로도 꽤 시끄럽다. 야당이 참패를 하고도 수습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다. 하필이면 현 지도부 중 대다수가 낙선을 하자 당을 어떻게 그리고 누가 수습할지, 자중지란 하는 모습이다. 당선자는 당선자들이 모여 당의 미래를 의논해야 한다고 하고 현 지도부 중 낙선자들은 현역이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한다. 지금 상황이 이런 것을 가지고 신경전을 할 때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지금 야당은 자리싸움을 할 게 아니다. 누가 하든 참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을 하고, 참패 원인을 제거할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낸 다음, 앞으로 나가야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당대표 혹은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지금 야당은 본질을 외면한 채 자리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다시 깜작가 과장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하면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내가 맡은 일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야 한다. 맡은 일을 잘 해내어 성과가 나오면, 그리고 운이 따라준다면 승진을 할 수도 있고, 더 높은 자리를 맡을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본질은 망각한 채 마치 지금 내가 뭐가 된 것처럼 회사를 다니니 일이 잘 될 턱이 없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이 업무에만 집중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부장 때 받던 월급의 2배 이상을 받는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게 되면 일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적인 것, 소위 사내 정치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금전적인 보상이 워낙 큰 데다가 일만 잘한다고 임원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판에서 자리싸움에 목숨 거는 이유도 자명하다. 당내 영향력, 나아가서는 국정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무형의 보상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 당의 입장,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에서는 당의 재건이라는 목표 그리고 직장에서는 일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행위는 손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 개인이 순수히 당이나 회사와 같은 조직의 입장에서 의사 결정하고 일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달콤한 보상을 마다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조직이 저마다 가진 보상 체계에 오류가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만약 사내 정치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오로지 일에 집중하는 게 일의 성과도 더 높일 수 있지만, 일과 내 사생활, 즉 공과 사를 분리하는 효과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일을 제대로 했다면 그래서 일의 성과로 인해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 성과를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운이 좋게도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면 승진과 같은 보상을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일에 집중하는 자세를 키우는 게 먼저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나로 인해 조직이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운도 따라준다면 빛을 보게 될 날이 오기도 한다. 혹시나 운이 따르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미 내가 한 일로 말미암아 조직에 보탬이 되었고, 일의 본질에만 집중한 탓에 내 인생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이라는 게 따라오는 것이지 좇는다고 얻을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사심을 버리고 일에 충실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의 첫걸음이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