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사도라-아웃컬이 나온거야

그 전날까지 인컬 드라이만 연습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실기 접수를 했다 주변에서 헤어미용 실기를 본 애가 없어서 질문을 할 수도 없었지만 내가 제일 먼저 실기에 합격하기 위하여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였다. 코로나가 심해져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매일 매일 등교하여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하루 7시간 꼬박 열심히 연습했다. 와인딩을 너무 많이 말아 손이 까졌고 샴푸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퉁퉁 불었다. 그리고 끼니는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떼우곤 했다.

그렇게 2주를 했고 대망의 실기날이 다가왔다. 오전 실기여서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컨디션 관리를 하고 아침에 먹은 게 체할까 아침식사도 제대로 못 먹었다. 아침부터 재커트 연습과 와인딩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나의 샴푸모델과 함께 실기장을 갔다. 실기장이 먼 것도 아닌데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때 나는 후회를 했다. ‘비싸도 청심환 사먹을걸…….’

실기장에 들어가서 내가 잘하는 것들만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하지만 내가 자신 없는 과제들이 나왔다. 이번 실기시험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2주 동안 열심히 연습한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싫어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과제인 커트를 잘 마무리 하고 2과제가 시작되었다. 2과제는 샴푸였고 샴푸모델인 친구가 들어와 나에게 샴푸를 받았다. 샴푸를 하는데 평소보다 더 거품이 안 나고 실수한 부분들이 많았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못 보여준 느낌이라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좌절해서 다른 것들을 놓치는 것은 싫어서 2과제를 마무리하고 3과제를 준비했다.

3과제는 드라이였다. 이사도라 커트가 나와서 드라이는 아웃컬 드라이를 했어야 했는데 그 전날까지 인컬 드라이만 연습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아웃컬 드라이는 그 전 연습 한 것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도 나오지 않았고 시간도 촉박해서 ‘아 진짜 개망했네’라고 생각하며 3과제도 마무리 했다. 4과제는 와인딩이여서 레이어드 커트로 잘라야 했는데 재커트시간은 딱 15분. 나는 실기전까지 재커트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 시간이 나오지 않았지만, 막상 실기 날이 되니 빨리 자르게 되었다.

제일 배점이 높은 4과제 와인딩을 시작했다. 일반형 와인딩이 나왔는데 내가 전날까지 연습했던 것이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보다 더 잘해서 만족스럽게 4과제를 마무리했다. 5과제인 컬러링은 보라색이 나왔고 보라색도 자신이 있어서 당당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수험자들의 속도를 따라가니 나의 페이스를 놓치고 실수들을 많이 하여 아쉬웠다.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아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실기 다음 날이 기말고사였기 때문에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집에 가자마자 공부를 하였다.

그렇게 실기 날이 끝나 후련했지만 후회도 많이 됐다. 실기에서 전반적으로 실수도 많이 해서 떨어질지 붙을지 걱정을 하며 실기 결과 발표날까지 가슴을 졸이며 1주일을 보냈다

대망의 실기 결과 발표날. 1분 1초가 느리게 지나갔고 나의 실수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당당하게 66점으로 합격! 높은 점수로 붙었다. 한 번에 붙다니 감격스러웠고 기뻤다. 선생님들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그 하루를 보냈고 가족들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면서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뭘 열심히 해 본 것도 처음이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점수로 나오니 뿌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