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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국경을 넘으며
by 깐 KKan May 12. 2017

비 오던 날, 교토의 정원

요지야 카페 - 철학의 길 - 은각사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우리가 내려야 하는 종점. 비는 어느새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잦아들었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마을, 사람들이 발길이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곳엔 "요지야 카페(Yojiya Cafe Ginkakuji)"가 있다. 교토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체인점이지만 이 은각사 근처의 지점은 운치 있는 정원 뷰로 아주 인기가 좋다. 처마 밑에서 조금 대기한 후 들어선 카페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비가 내린 후라 정원의 식물들은 조금 더 짙은 녹색을 뗬다. 1인 1메뉴 룰에 따라, 요지야 세트와 단팥죽을 주문. 맛도 참 좋았지만, 유명세에 걸맞은 차분한 분위기가 이곳을 마음에 들게 했다. 한국인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가뜩이나 조용한 곳에서 더 조용히 말해야 한다는 부담이 유일한 단점.





잠시 쉬었을 뿐인데, 그 사이 하늘은 완전히 개어 있었다. 요지야 카페 바로 앞은 은각사로 향하는 길인, 철학의 길. 고양이도 종종 만난다는데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관광지 앞이라 카페와 기념품샵이 즐비하긴 하면서도 다른 곳보다는 차분한 인상이었다. 푸르고 예쁜 길이긴 하지만, 토요일의 관광객들 속에서는 사색에 빠지기가 쉽지 않았다.





은각사는 우리가 이번 교토 여행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관광지였다. 학을 떼며 돌아 선 기요미즈데라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사람들만 보였고, 독특한 흰 모래의 정원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정하게 출렁이는 모습을 딴 모래 바다 '긴샤단'과 커다랗고 정갈한 언덕 '고게쓰다이'는 은각사의 명물이다. 교토의 또 다른 명소인 금각사가 금박으로 뒤덮인 데 비해, 은각사는 은박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은색 모래들이 이름에 어울리는 장면을 연출해 주고 있다. 금각사의 화려함보다 은각사의 소박한 신비로움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 줄 것 같았다.





모래 정원을 지나면 이끼숲이 있는 산으로 오를 수 있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은각사와 동네 일대를 바라볼 수 있다. 은각사의 모래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지만, 기분을 맑게 해주는 신비로운 이끼숲과 단정한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은각사에서 냉장고에 붙일 자석 하나를 사서 나와, 철학의 길을 다시 걸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았던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비 갠 후의 교토를 마음 한편에 조금씩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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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장면을 모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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