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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n 02. 2024

나의 독일 장바구니, 다이어트

4. 다이어트




 내 요리실력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음식과 요리를 사랑한다.

10대, 20대 초반의 나는 머릿속에 1년 365일 다이어트만 생각하느라 이런 음식에 대한 사랑을 맘껏 표출할 수 없었고 이것은 당연히 폭식증과 거식증으로 이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곤 닭가슴살에 소금과 후추를 친 것이나 자극적인 배달음식. 말 그대로 극과 극을 달렸다. 나는 자연스레 먹는 행위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배가 불러도 배부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잊은 사람처럼 그저 음식을 욱여넣었다

 

 아무런 연고 없이 그저 혼자 독일땅에 도착한 그날은 4월임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살을 가르고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환영은 못 받아도 따뜻한 밥상 아니 따끈한 차 한잔이라도 들이키고 싶었다. 처음 써보는 구글지도와 처음 보는 표지판들,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돈을 아껴보겠다며 대중교통을 타려 했던 나는 공항을 1시간 가까이 맴돌다가 결국엔 택시에 탑승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기숙사에는 전 주인이 쓰던 전기밥솥과 쌀통이 놓여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뭔가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자극적이고 빨간 음식을 찾아 마트에 입성했지만 당연히 한국 식료품은 없다는 걸 왜 생각을 못했을까. 이름을 알 수 없는 식재료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한눈에 들어왔던 것은 'Chili Salami'였다. 

어쩔 수 없이 칠리 살라미 5팩과 계란만을 품에 안은채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정말 정직하게 5일간 간장계란밥(다시 생각해도 그때 한국에서 간장과 참기름을 가져온 게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에 칠리살라미만 먹었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쌀이 이렇게 달구나'라는 것을. 요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어떤 재료도 살 수 없었고 그저 쌀밥만 씹어먹으니 음식이 그렇게 소중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맛을 제대로 느끼며 먹기 시작했고 점차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이 커져만 갔다. 그땐 아시아마트의 존재도 몰랐으니 라면은 당연히 입에도 대지 않았고 마트에 있는 음식 하나하나 탐구해 가며 지금의 그저 그런 요리실력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곳에선 배달음식을 맘껏 먹을 수도 없고 반찬가게도 없으니... 먹고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지 다이어트가 웬 말이야?


독일에 오기 전 스트레스와 폭식으로 찐 살은 그렇게 저절로 빠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강박 없이 행복한 하루들을 살고 있다. 하지만 좀 너무 먹었다 싶은 달에는 달달하고 짠 간식들은 모두 중단하고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으려 노력한다.  



밥때는 아니지만 입이 심심할 때 먹는 간단 정식. 단백질 빵에 계란, 후무스까지 있는 단백질 폭탄 간식이라 먹고 나면 더 이상 음식생각이 안 난다. 





 같은 빵일지라도 왠지 모르게 식빵은 현미로 만들었던 통밀로 만들었던 살이 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보통 토스티라는 토스트기 전용 빵을 먹곤 하는데 패키지 안에는 손바닥만 한 빵이 반으로 갈라져 들어있다. 이 단백질 토스티 이 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단백질 빵을 먹어봤는데 대부분 신맛이 나거나 독특한 향 때문에 먹기가 힘들어서 곰팡이가 필 때까지 함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단백질 식빵도 참 맛있다. 

 이 빵 위에는 또 단백질이 듬뿍 올라간다. 바로 후무스. 

독일에 와서 처음 접했던 첫 후무스의 맛은 강렬했다. 각종 향신료가 코와 입 머리를 울리는 맛이었는데 다 가리지 않고 먹는 나라도 좀 낯을 가리게 되는 맛이었다. 이곳에 살며 그런 다양한 향신료와 식재료에 적응이 된 다음 다시 접한 후무스는 또 색다른 맛이었다. 병아리콩, 올리브, 소금을 주 재료로 한 후무스는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인데 나처럼 빵에 발라먹기보다는 보통 샐러드 볼에 넣어먹거나 채소 스틱을 찍어먹곤 하더라. 요즘 새로운 요리들을 시도해보려 하는데 제일 간단한 후무스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제일 중요한 간식.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단백질 제품으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지만 맛있고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제품은 항상 단백질이 넘쳐난다. CURVIES라는 칩 또한 병아리콩으로 만들어졌는데 일반적인 프링글스와 모양이 흡사하다. 공기 같은 감자칩에 비해 좀 더 딱딱하고 씹는 맛이 있다. 기분 탓인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1/3 정도를 먹고 나면 묘하게 배가 찬다. 

 독일에 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바로 크네케브뢰드.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이 과자처럼 보이는 놈은 빵이다. 

주로 호밀가루로 만드는 납작 빵인데, 건강한 크래커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내가 먹은 제품은 씨앗류가 주로 들어가 탄수화물이 매우 낮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고소한 풍미가 난다. 온갖 프로틴, 호밀, Bio 제품을 많이 봤지만 저탄수화물이라고 명시된 제품은 처음 봤기 때문에 바로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의 제일 기본인 닭가슴살과 스리라차 소스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거의' 0칼로리라 다이어터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스로 유명하다. 닭가슴살은 사실 소개할 만큼 괜찮은 제품이 없었는데, 한국에서 시즈닝 된 닭가슴살, 닭가슴살 소시지 등을 너무 다양하게 접하다 보니 기준치가 너무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 시즈닝 된 제품을 사고 싶다면 저런 샌드위치용 닭가슴살 밖에 없어 아쉽긴 하지만 빵 먹는 게 익숙해진 요즘으로썬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독일 장바구니와 영수증 : 다이어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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