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과거로의 시간여행
나는 어릴 때 아빠를 많이 따라다녔다. 아빠는 말 수가 적으신 편으로 아빠와 무언가 많은 대화를 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또, 내 머리속에는 아빠와 함께 놀았던 기억이 많지는 않다. 아마 더 어렸을 때를 기억하지 못해서 그렇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도 모르는 기억 속에서 아빠와 자주 놀았던 탓인지, 나는 아빠가 어디를 가면 혼자서도 잘 따라가곤 했다.
아빠는 가끔 윈드 서핑을 가기도 하였다. 윈드서핑은 어린 내가할 수 없지만, 나는 아빠를 따라다녔고 아빠도 나를 데리고 갔다. 아빠가 윈드 서핑을 할 때는, 나는 쉴 수 있는 컨테이너 같은 휴게 공간에서 혼자 놀곤 했다. 그러다가 돌아오시면 집을 갈 채비를 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는 종종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먹으러 갈까? 하고 묻곤 했다. 어릴 때의 나는 편식이 아주 심했기에, 확실히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꺼려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그게 뭐지…?’ 싶어하며 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린 나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KFC인 줄 몰랐다. 그게 같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엄청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편식쟁이에게 KFC는 천국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비스킷, 치킨, 버거 등 맛있는 것이 가득한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묻는 것에 대해 시큰둥해했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은 KFC를 자주 먹곤 했다. 치킨을 좋아하기도 했고, KFC에서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며 데려가셨던 것 같다. 내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KFC인 것을 알았더라면 매 번 질문에 대해 엄청 기뻐해하며 더 자주가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덜 가게 되어서 건강상으로는 오히려 좋게 되었으려나?)
아무튼 KFC를 보면, 왠지 모르게 이 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아빠가 묻던 모습, 그리고 그게 뭐지 하고 생각하던 나의 모습. 아빠는 왜 ‘KFC’라는 말하기도 쉬운 이름 대신, 말하기 번거로울 수 있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풀네임으로 얘기했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빠와의 옛 기억을 회상하며나는 왜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질까? 안좋은 기억도 아니고, 아빠는 건강히 잘 살아계신데 말이다. 아빠와의 추억, 감사함, 사랑, 죄송함, 그리움 등 아빠와의 많은 것들이 나의 무의식속에 많이 담겨있고, 무의식들이 나도 모르게 격한 반응을 하나보다. 물리적으로는 아빠와 떨어져있지만, 마음은 항상 연결되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