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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 Apr 16. 2021

[헤비컨슈머] 올 해의 작가상 2020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늘 옳다.

<올 해의 작가상> 전시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처음 보게 되었다. 한창 친구와 전시를 보러 다녔고, 그 중에서도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우리는 반해버렸다. 날씨 좋은 날 뒤 뜰의 모습과(얼마전에 갔을 땐 안 보이던데,,,) 여러 작가들의 생각을 살펴보는 게 좋았다고 해야하나. 생각해보니까 친구들한테 왜 전시가 좋았냐고 물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우리는 너무 좋았다고 했다. 난 개인적으로 작가상이, 우리 시대의 사회적 이슈나 고민해볼만한 거리를 던진다는 점이 좋다. 최근에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스터디를 하며 우리는 너무 얕은 대화만 한다는 생각을 했고, 얕은 대화는 가끔은 내게 말을 안하니만 못한 낭비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깊은 대화와 고뇌가 필요한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느꼈다. 최근 들어 글도 잘 써지지 않았고, 무언가 영감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글쓰는 사람도 아니지만 말이다...(하지만 우리 모두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글을 써야만 한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운명처럼 최애 전시인 <올 해의 작가상>을 한다는 것 아닌가. 내 바이오리듬이 기억한걸까^^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만족스럽진 못했다. 전시된 것의 수도 좀 줄은 것 같았고,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나 생각이 인터뷰 동영상 위주로만 펼쳐지는 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기억력이 약한 나에겐 영상에서 본 작가의 생각들을 옆에 별다른 설명 없이 우뚝 존재한 작품에 대입시켜 보는게 힘들었다. 미술에조예가 깊거나 그런건 아니어서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아쉬웠다ㅎㅎ 개인적으로 2019년에 본 새로운 가족의 개념 그리고  고독사, 죽음에 관해 다뤘던 작가님들이 나에게 굉장히 깊게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올 해도 만족스러웠지만, 작년에는 더 만족스러웠던 그런 것? 왜냐면, 아쉬웠다고 생각하면서, 전시를 보며 필기했던 것들을집에 와서 꺼내보니 또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시 정정한다. 만족스럽다.


깔-끔

“옛날에는 달빛이 창호 문살에 걸러져 온 방을 은은하게 비췄을 겁니다. 사람을 홀리는 빛이죠. 문살 또한 매우 흥미롭습니다. 남녀 방의 문살 문양이 각기 다르고, 주로 한자를 본떠서 반복되곤 하는데 기호가 곧 문양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에도 문살은 존재하지만 한국의 문살은 문과 창 모두에 쓰이면서도 유기적인 건축 구조에 많은 역할을 합니다.




영어로 달은 문(moon)입니다. 한국 정서에는 달과 문의 관계가 이미 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전시실에는 달의 회전을 연상시키는 몇 개의 문이 연속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살을 최소화하면서 평행성을 강조해서 문살 틀이 없이도 설 수 있는, 말하자면 내용이 뼈대가 되는 방법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살의 조합은 천 조직이나 바구니를 연상시킵니다. 나무 살 하나하나에는 네 개의 면이 있는데, 한 면에만 색을 칠했습니다. 그래서 문을 여는 순간 색깔이 나타나는데, 각도에 따라 색이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신랑 신부가 합방하는 방의 문에 침 바른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서 엿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달은 빛이기 때문에 문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하면서요. 그렇게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빈 공간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저는 ‘공간을 벗기자’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노래는 민요입니다. 저는 야한 민요, 불어로 말하면 ‘샹송 레제흐(가벼운 노래)’를 찾고 있습니다. 민요는 시조와 같이 태어나 노동요나 혁명의 노래로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이 관점이 굉장히 신선하고 좋으며, 새로운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던한 K-인테리어,,,




사실 그녀가 최근 작업중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사실 더 관심이 갔다.




"새우를 많이 먹어서 핑크색이 됐다는 홍학처럼


노을색의 수프를 노을빛 공간에서 함께, 같은 순간에 먹는다면 그 공간에 묻혀 모두 투명 인간처럼 되지 않을까요?(웃음)"




이 작품,, 꼭 보겠다.




“거의 텅 빈 전시 공간의 벽에는 아주 작은 유리 용기들이 걸려있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협업을 하고 있거나 협업해왔던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물이 들어있죠. 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 근처의 강물이나 바닷물인데, 모두 올해 6~7월에 채수를 해서 우편을 통해 어렵게 보내준 것들입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못 보낸 분들도 있고요.




저에게는 그 물이 사람입니다. 현재는 국경이 막힌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 해외에 있는 제 지인들은 이 전시를 보러 오지 못할 텐데요. 올 수 없는 지인들을 대신해 그들의 이웃이자 환경이 되는 미생물들이 와줬습니다. 언젠가는 바다를 통해 한국에 올 미생물들이 제 작업을 통해, 우편을 통해 서울로 빨리 도착한 것이죠. 제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서요.”

저 용기 안의 물과 흙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정작 사람은 오지 못했다는건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좌) 맘에 드는 분위기,자세히 보면 번쩍임이 매력적, (우) 앨범 커버 같기도 한,,좌우 다른 색 속, 서로의 색을 조금씩 매치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조화되었다고 느낀다.


“쿤데라의 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 중, ‘천사들’이라는 단편에서 저자는 천사와 악마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천사란 신의 질서를 믿고, 악마는 혼돈과 부조리를 찬양하는 자들일 뿐이죠. 그래서 예술가란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그 무질서와 비이성의 현실을 목격하는 악마의 영역에 속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시의 제목에서 ‘악마’란 어감이 너무 강해서 알코올 중독자라는 그나마 완곡한 어휘로 살짝 바꿨습니다.”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며 세상이 굴러가는 것....




“작가를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삶과 거리가 생겨..”






(이 소설 꼭 읽어보자,,,)





모르겠으나. 그냥 개인적으로 균형과 정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독립적인 척하고 있는 조각들,,,,,


내가 어느 비디오에서 봤던 작품에 해당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밤에 와서 찾아보니 다른 작가여서 민망;;;;;

혼자서 서 있는 조각이라도 주변 맥락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만 빛날 수는 없다.


from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인지, 맞는 사람인지 따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그 마음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건,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사실은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윤석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누군가 불편해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할 줄 아는 작가님이 부러웠다. 우리는 왜 언젠가부터 논쟁을 견디거나 피하기만 할까. 불편하다는건 좋은 것이어야 한다. 좋은 방향으로 불편해야 한다. 자꾸 부딪히고 이해하며 서로의 교차점을 늘려가야만 한다. 지금은 단지 불편하기만 해서 답이 없다.


(가끔은 작가님의 방식이 불편한데, 불편해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주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같아 작품을 보면서 더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너무 비정한 것 같아요.”


리얼돌과 함께 사는 남성의 집에 무작정 처음 찾아갔을 때, 작가님은 이 사람을 찍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식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모든게 하나씩 있는 그 집을 보며, 그 사람은 역으로 인간에게 기대가 많고 인간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굉장히 공감했으나, 성인이 되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사람을 이해해주다보면 끝도 없다는 것,,,,,


(나도 이제 너무 매정해지는걸까,,,하지만 매정해지지 않으면 내가 다치게 되었다.. )


아직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하려는 작가님의 태도가 좋았다.




AI당에 관한 내용은 굉장히 인상깊었으며, 심도있는 토론을 보여주어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특정 생각을 지지했으나, 후에는 다시 다른 생각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확실하다고 느낀건


그냥 정치 자치엔 모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부모님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게 보이는 건, 기억 나는건 백남준 작가님의 작품밖에 없었다. TV니까.... ㅎㅎ 그 뒤로도 몇 번 책 등을 통해 뜻을 배웠던 것 같은데, 왜 또 처음 보는 것 같은지. ‘동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가진 서양인에게 서양의 현대 발명품인 TV를 통해 동양에 경도되게 한다.’는 그 뜻이 너무너무 멋있다. 뭔가 한 달 동안 윤리와 사상 파던 때가 생각나면서, 다시 한 번 윤리와 사상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급히 시작했던 그 일이, 철학적이어서 너무 재밌었는데....

How to paint like those,,,,?????


이런 느낌을 예전엔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관심가고,


즈아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저건 어떻게 했을까,,, 이건 왜,,, 저건 왜,,,

만세를 외치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중심으로 모이는 힘/방향성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했다 + 어떻게 저렇게 그렸지,,의 연속



...


2시간 길지만 짧은 시간이라서,,, 다음에 다른 전시도 더 볼 겸 한 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작가상 그냥 1년에 한 번 말고


1년에 4번 정도 해주면 좋겠다... 분기의 작가상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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