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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 Sep 06. 2021

[헤비컨슈머]골프 예능, 조금 서운하지만 지켜볼게

골알못이 주관적 아니 객관적 아니 주관적으로 바라본..  현 골프 예능들

 이제는 한 가지 콘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당 콘텐츠가 제작되는 현상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가수다> 때만 해도, <불후의 명곡>이 그리고 <아빠 어디 가> 때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가짜 취급을 받으면서 꽤 괜찮은 시청률을 누리는 와중에도 은근한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해서 재밌게 제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아마 플랫폼의 발달과 더불어 사람들의 미디어 트렌드 소비 자체가 빨라졌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TV를 장악하고 있는 한 콘텐츠가 있다. 그건 바로 '골프'. 


 스포츠 예능은 은근히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다. 멀리 가서는 KBS2의 <출발 드림팀>, MBC <일밤 - 대단한 도전>부터 MBC <아이돌 육상대회>,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그리고 최근에는 JTBC의 <뭉쳐야> 시리즈, SBS <골 때리는 그녀들>까지. '스포츠'는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소재인만큼 은근히 쏠쏠한 재밌는 콘텐츠가 되어 왔다. 나 역시 이러한 예능들을 즐기거나, 즐기진 못했어도 적어도 딱히 싫어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골프> 예능들은 뭔가 방송가가 대중들을 약간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튜브에서 특히 높은 조회수를 뽑아내고 있던 골프 콘텐츠였다. 현재 2021년 9월 6일 기준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채널은 34.2만 명, <김국진 TV_거침없는 골프>는 16.5만 명, <홍인규 골프 TV>는 2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가 잘 된다는 소식이 점점 들려오자 이는 본격적으로 예능계로 번져나갔다.  TV조선 <골프왕>은 필두로, JTBC <세리머니 클럽>, SBS <편 먹고 공72>, TVING <골신강림>. 내로라하는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골프' 자체가 콘텐츠로 나온 점은 여러 스포츠를 주목한다는 면에서, 그리고 골프를 더욱 대중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다. 하지만, '골프'의 인기가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이게 각 방송사가 모두 들고 나올 콘텐츠인지, 그 정도로 정말 모두가 소비하고 있는 스포츠인지는 좀 더 고민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각 골프 예능의 특징은 무엇일까? 


1) TV조선 <골프왕>
 골프 프로그램 중에 가장 괜찮은 프로그램이며 모든 시청자를 위한, 그리고 골프를 위한 매너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 아닐까. 시청률 성과도 좋다. 줄곧 4% 후반대에서 5% 초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출처 : TV조선 홈페이지 


우선 생각보다 재밌었다. 엄청 실력이 뛰어난 출연진만 출연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초보들도 있었다. 그래서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주는 장면들이 많아서 골프와 거의 초면인 시청자들도 이해할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이미 한 타를 치고 나서 김국진이 나와 개념을 설명하는 게 약간 아쉬웠지만, 오히려 전에 알려주었으면 모든 시청자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진지한 태도'에 시청자가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골프' 자체가 사치스러운 스포츠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도 제작진의 하나의 몫일 수 있는데, 이러한 좋은 자세가 골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오디오가 빈다는 것은 예능에 있어서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초반 회차에서 이러한 두려움 따위 필요 없다는 듯 골프에 진정성 있게 임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일부 출연진이 경기 중 떠들 때면, 김미현 프로님이 조용히 시키고, 이후에는 서로 알아서 재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골프를 제대로 알려줄 겸 진짜 프로처럼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필드를 모두 걷거나 뛰어서 이동하는 모습에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김미현 프로님이 너무 진지하신 점이 예능으로서는 아쉬웠지만, 골프 자체의 콘셉트를 잘 드러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 TV조선


 특히, 출연자들에게 명확히 해당 스포츠를 왜 해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해줌으로써, 출연진들의 감정선에 따라갈 수 있게 했다. 특별한 장치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왜 골프를 더욱더 즐기게 되는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부여되었다. 
 물론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한 게임이 너무 길다는 생각도 들어 지루하기도 했다. 추가로 예능 장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나쁜 예시가 <편 먹고 공72>에 나온다. 

2) SBS <편 먹고 공72>

출처 : wavve 

 <골프왕>이 골프를 정말 스포츠로서 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 <편 먹고 공72>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우선, 해당 프로그램은 골프를 함께 왜 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골프를 기존 편견인 '사치 스포츠'처럼 비치게 한다.
 우선, 일상 같지 않은 골프 치는 일상이 그들만의 수다 모임에 껴있는 느낌이라 조금 어쩔 줄을 모르겠다. 특히 '편먹고'에 집중한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진심'을 보여주어서 대성공한, 그리고 축구동아리가 여자에게는 익숙지 않다는 점을 콘셉트로 명확히 잡아 노린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과도 반대되는 면이기도 하다.
 또한, <골프왕>과 달리 입문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골프 룰을 잘 설명해준다거나 하는 코너가 없다. 일부러 타겟층을 좁혀 제작한 것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예능이라고 느껴졌다.
 *추가로 왜 제목이 072인지 궁금하신 분들께 이야기하자면, 9홀 합산 타수가 72타에 더 가깝거나 더 낮은 팀이 승리하는 룰과 '공을 친다'라는 언어유희가 섞인 것 같다. 
 
 한편, 출연진들이 생각보다 아주 잘 치는 느낌이 아니어서, 그런 의외의 포인트들이 하나의 유머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그림이나 편집 기법은 아니어서 마냥 웃긴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이승엽 님이 진짜 잘 치셔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는 본투비 스포츠맨이었다... 다만, 나름 출연진이 화려하고 그에 맞게 골프웨어를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다면 그 편만 골라볼 것 같다. 

출처 : wavve

<골프왕>에서 지적했던 포인트를 해당 프로그램에서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개선이 안된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각 라운드에서 패배한 팀은 '까나리액젓'이 들어간 음료를 먹는다던가, 위 사진처럼 분칠을 받는다던가 한다. 근데, 여기서도 '굳이 왜..?'라는 물음이 생긴다. 그들끼리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부분 중 하나였다. 

3) JTBC <세리머니 클럽> 

출처 : JTBC 홈페이지.   세리 언니 너무 귀엽다.

 일단 박세리 님이 나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TV조선 <골프왕>을 보면서 박세리 님이 나오셨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는 아무래도 대중들이 골프 하면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자 이미 예능감이 좋은 스포츠 선수로 증명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나 혼자 산다>에 나와서 당분간 골프를 치고 싶지 않다고 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출연하기로 한 골프 예능으로서의 기대감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골프 예능이어도 박세리 님이 답은 아니었다. 세리머니 클럽은 최근에 1.9%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화제성 면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다. 

 회장 박세리를 필두로 회원들이 모여 골프를 친다. 게스트로 CEO가 등장해 함께 기부 미션에 도전한다. 우선, 취지 자체가 좋다는 면에서는 칭찬해줄 만하다. 한편, 비즈니스 친목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골프'를 좋은 쪽으로 잘 풀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5000만 세리머니가 쌓일 때마다 클럽의 이름으로 5000만 원이 기부되는데, 최근 기사에서 기부금 1억 여원을 코로나19 취약계층에게 전달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었다. 

출처 : JTBC <세리머니 클럽>

 그러나, 궁금해지는 포인트가 없다. 사실상 기부금액이 얼마나 될지가 궁금하지도 않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CEO들이 얼마나 골프를 잘 치는지, 그리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마저 딱히 궁금하지 않다. 과거에 이미 너무 성공 스토리에 몰두되었던 한국 문화 탓일까. 이제 웬만한 성공 스토리는 잘 풀어내지 않는 이상 엄청난 감동이 느껴지기도 쉽지 않다. (물론 이 부분을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굉장히 잘 풀어내기에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MBC <쓰리박>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던 것이 너무나도 명확했는데 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쁘지 않은 예능이라도, 대중들이 일단 기대한 것이 너무 크면 반대로 실망할 확률도 커진다. 세리 언니한테 기대

4) 웹 예능 <골신강림> 


 곧 시작하는 TVING의 골프 예능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세대 사이에서 서로 안 맞는 비즈니스 파트너 짤로 유명한 국민 MC 신동엽과 강호동의 조합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스포츠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잘 어우러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출처 : TVING

 현재 2회까지만 공개되었는데, TVING이라는 채널에 가진 내 편협한 생각 때문인지 조금 젊은 느낌이 들긴 한다. 자연스럽게 말 많은 강호동과 이수근이 모여있는 만큼 텐션 역시 높았다. 진지하게 보이는 데에 초반에 포인트를 맞췄던 <골프왕>과는 달리, 이수근이 중간중간 어떤 토크 양념을 쳐줄지가 기대되게 편집했다.(해설위원으로서도 활약한다.) 다만, 이게 젊은 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지 아니면 중년층에게 오히려 어렵게 다가와 비평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막 자체가 매우 크고 다른 TVING 예능에 비해 쉽게 쓰인 걸 보면 중년층까지 잡겠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젊은(?) 내가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는 점이 좋다.)

 <골신강림>은 아직 많은 회차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요리조리 와랄랄라 말은 못 하겠다. 다른 골프 예능을 포함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골프는 정말 모두를 위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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